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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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산운용은 2002년 3400억원에서 13년 만에 20조원 규모로 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독보적인 강자다. 2014년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편입된 후 수탁 자산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도 강점이다. 펀드 자금에서 나오는 운용 보수를 주 수익원으로 삼는 자산운용사 특성상 향후 상당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자산운용은 비상장 기업으로 모기업인 삼성생명을 통해 우회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펀드·투자일임 모두 1위

삼성자산운용은 공모펀드와 투자일임자산 규모에서 업계 1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액은 25조2881억원이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23조1960억원)보다 2조921억원 많다. 투자일임 시장에선 154조4008억원을 유치,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26조3370억원)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생명보험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고객 자산을 삼성자산운용에 맡긴 결과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1~3분기 기준) 업계 5위권 운용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늘었다. 삼성자산운용의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363억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9억원 증가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18억원)과 KB자산운용(-20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18억원) 등 업계 2~4위 회사들은 순이익이 감소했다. 5위인 신한BNP파리바의 순이익 감소폭은 37억원에 달한다.

다양한 라인업이 최대 강점

비상장사인 삼성자산운용의 가치를 평가하는 건 쉽지 않다. 자산운용사 중에서 상장에 성공한 회사도 없다. ‘회사의 관리자산이 얼마나 많은지’ ‘상품이 얼마나 다양한지’ ‘수익률이 꾸준한지’ 등을 두루 살필 수밖에 없다. 삼성자산운용은 이 세 가지 기준 모두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다양한 상품 구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한두 가지 상품이 고꾸라져도 전체 회사 이익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사업구조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주식형 펀드 시장에선 중국, 일본, 유럽, 인도로 이어지는 글로벌 중소형주 펀드 라인업을 구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는 점을 감안, 세계 각국의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상품들을 잇따라 내놓은 것이다. 중소 운용사의 각축장인 헤지펀드(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다른 대형 운용사들과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삼성자산운용은 헤지펀드 시장 1위 업체다. 가장 설정액 규모가 큰 한국형 헤지펀드 ‘삼성에쿼티헤지1’은 지난해 7.24%의 수익률을 올렸다. 연 6~9% 안팎의 수익을 꾸준히 내겠다는 운용 목표를 비교적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승자독식 ETF 시장의 강자

삼성자산운용의 또 다른 성장동력은 ETF다. 2008년 1조8465억원이던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은 2012년 말 8조623억원, 지난해 말 10조2362억원으로 7년 새 5배 이상 늘었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의 ETF시장 점유율은 50% 정도다. 투자자들 대부분이 회사의 브랜드를 보고 ETF를 고르는 만큼 다른 업체가 삼성자산운용의 아성을 깨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ETF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2위 사업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 3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ETF 수수료를 공격적으로 낮추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삼성자산운용이 경쟁사에 대응하기 위해 수수료를 낮출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국내 ETF 시장이 성장 정체상태라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국내 ETF 시장은 2013년 19조4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한 뒤 20조원 내외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연기금이 ETF 투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내놓은 주가연계증권(ELS)이 인기를 끈 것도 ETF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침체인 펀드 시장 고려해야

자산운용사에 투자할 때는 펀드 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펀드시장은 주식형 펀드가 2008년부터 순유출로 전환한 뒤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펀드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원금을 늘리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전반적으로 어려운 자산운용업계에서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업체로 꼽힌다. 이 회사의 펀드 설정액은 2008년 12조886억원, 2011년 16조3466억원, 2013년 21조6061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7년 인사이트펀드 열풍과 함께 52조1141억원까지 늘어났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액이 23조1960억원까지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