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 없는 불공정 행위도 처벌…금융위, '미수에 그친' 시세조종에도 과징금 부과
앞으로는 ‘허수 주문’과 ‘가장매매’ 등 주식 불공정거래 행위를 통해 부당이득을 얻지 않았더라도 과징금을 물게 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부당이득이 없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과징금 산정 기준을 개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이나 위법성을 판단해 과징금을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부당이득을 계산해온 기준도 문제가 없는지 봐서 손질할 계획이다. 해외 사례와 외부 연구용역 결과 등을 종합해 올 1분기에 조사업무규정을 바꿀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시장질서 교란행위 과징금 기준을 손보기로 한 것은 현행 기준으로는 ‘미수에 그친’ 시세조종행위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당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정하다 보니 아직 처분하지 않은 미실현 이익이나 매매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가짜로 주문을 내는 허수 주문, 거래를 활발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매도·매수 주문을 반복하는 가장 매매 등 소위 ‘시세 관여형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산정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징금 산정 기준이 명확해지면 ‘시장 물만 흐리고 끝난’ 시세조종행위까지 처벌하고 추가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는 불공정거래 방법이 복잡·다양해지면서 처벌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지난해 7월 도입됐다. 미공개 정보의 2차 및 그 이상의 다차정보 이용자, 목적성이 없는 시세조종 행위 등이 주요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미공개 정보의 1차 이용자와 목적성 있는 시세조종 행위 등은 형사처벌을 받는 데 비해 시장 건전성을 훼손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한다.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1.5배까지 과징금을 물리며 과징금에 상한이 없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