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소녀상 이전 전제 100억원 지원"·"유네스코신청 보류 합의"등 보도
전문가 "해결의지 의심케 하는 일방적 주장 그만둬야"

일본 정부의 '언론 플레이'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언론 보도들이 한일간 군위안부 합의를 위태롭게 하는 양상이다.

한일 외교장관이 지난 28일 발표한 합의에 적시되지 않은 내용이 사흘째 일본 언론에 '이면합의' 형태로 보도되고, 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박, 한국내 군위안부 피해자들과 여론의 반발, 일본 여론의 동요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스러운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주한일본대사관 앞 군위안부 소녀상을 옮기는 것이 일본 정부가 재단에 돈을 내는 전제라는 것을 한국이 내밀하게 확인했다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30일 보도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완전 날조"라며 즉각 반박했다.

하지만 한국 인터넷 포털 등에서는 아사히 보도와 관련해 한국 정부를 비판하거나 의심하는 내용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29일에는 한일 외교장관회담(28일)에서 '한국 정부가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보류하기로 합의했다'는 지지통신의 보도로 한바탕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30일자 산케이 신문은 '한국이 세계유산으로 신청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정했다'는 제목의 1면 기사로 대서특필했다.

한국 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며, 한일간에 그런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 한국 정부 입장이었지만 일본 언론의 기사를 얼핏 본 사람은 마치 한국이 위안부 자료 등재 신청을 하겠다는 취지로 오해하기 십상이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 신문 뿐 아니라 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신문 등도 같은 보도를 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녀상 이전을 기금 출연의 전제로 삼는다는 아사히의 보도에 대해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기냐"며 "(일본 쪽에서) 판을 깨자는 것도 아니고 이해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전후에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화내용을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음에도 일본 언론에는 한일 정상간의 단독회담때 논의했다는 내용들이 잇달아 보도됐고, 그때마다 한국 정부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등 부인하는 입장을 냈다.

일본 언론에 '합의문 밖의 합의'로 보도되는 내용들은 대체로 아베 정권의 '희망사항'을 반영하는 것들이다.

결국 군위안부 합의에 반대하는 자국 보수층을 의식한 '언론 플레이'일 공산이 크지만 그 역효과는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합의의 뿌리를 흔들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홍천 도쿄도시대 미디어정보학부 준교수는 "일본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들은 일본 정부의 해결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합의후 피해자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런 보도는 한국내 여론을 분열시킴으로써 한국 정부의 입지를 축소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렇게 되어선 일본 정부가 원하는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자기 주장을 하기보다 한국이 피해자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