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에 위촉된 '엘부림' 박수양 대표(64). 사진=엘부림 제공
19일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에 위촉된 '엘부림' 박수양 대표(64). 사진=엘부림 제공
"맞춤 정장은 작품입니다. 맞춤 정장하면 '엘부림'을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옷을 만들어 왔어요. 제가 평생 닦아온 양복 기술을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맞춤양복점 엘부림의 박수양 대표(64·사진)는 예술작품을 만들 듯 양복을 제작하는 '양복 장인'이다. 양복 기술을 인정받아 그는 지난달 19일 고용노동부 및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선발하는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로 위촉됐다.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는 기술사, 기능장 등 우수한 산업현장 전문가를 교수로 선정, 중소기업 및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박 대표는 47년 동안 양복을 만들어왔다. 경기도 광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1960년대 초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양복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서울 외곽 한 모퉁이에서 작은 양복점을 운영했지만, 그의 손재주와 성실함이 알려지면서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과 바리톤 김동규, 전신마비 성악가 이남현 씨 등도 박 대표가 만든 양복을 입었다.
박수양 대표가 바리톤 김동규 씨(50)의 치수를 재고있는 모습.
박수양 대표가 바리톤 김동규 씨(50)의 치수를 재고있는 모습.

물론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1970년대 말 기성복이 등장하면서 맞춤양복점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옷은 한 달에 10벌도 채 팔리지 않았다. 보다 못한 아들 박승필 씨가 나섰다. 연세대 영문학도로 영어교사를 꿈꾸던 승필씨는 6년 전 박 대표를 도와 양복점 일을 시작했다.

이들 부자는 새로운 양복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엘부림의 '에스라인(S-line)' 패턴은 정장을 입었을 때 등의 곡선을 S자로 드러나게 만든다. 기존 맞춤정장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올인원(All-in-one) 피팅 시스템'도 도입했다. 100여개의 체형을 분석해 패턴을 만들었다. 세분화된 패턴에 고객의 체형을 맞춰보고 미세한 부분만 손질하면 되기 때문에 고객은 한 번만 매장을 방문하면 된다. 신체치수를 측정하거나 재단, 가봉 등을 위해 서너 차례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다른 맞춤양복점과 차별화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제는 20~30대가 전체 고객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40만~50만 원의 가격에 명품 스타일의 양복을 맞출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다시 고객이 늘기 시작했다. 5년 전 매출은 월 500만 원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억 원을 넘는다. 박 대표는 "옷을 구매하고 만족한 손님들이 지인에게 엘부림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며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도 권영해 전 국방부 장관의 소개로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그의 꿈은 전세계에 엘부림을 알리는 것이다. 양복의 브랜드화를 위한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그는 "유니클로도 일본 도쿄의 작은 양복점에서 시작해 큰 기업이 됐다" 며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옷을 만드는 대한민국 대표 정장 기업으로 엘부림을 성장시키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재단 중인 박수양 대표.
재단 중인 박수양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