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인터넷은행 시대] 65년 된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잡힌 '핀테크 혁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30일 오전 9시 김기식 의원실로 속속 집결했다. 어제 파행으로 끝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다시 열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법안소위가 열렸다면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의 제도적 근간이 될 은행법 개정안이 다뤄질 터였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는 법안소위를 끝내 열지 못했다.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은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사건’이다. 일본은 2000년에 첫 인터넷은행이 나왔지만, 당시만 해도 인터넷은 PC를 통해야 했다. ‘손 안의 금융결제’가 가능한 시대에 인터넷은행이 등장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K뱅크, 카카오뱅크는 해외에서도 유례없는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선 넘어야 할 벽이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경영을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국회 벽에 막혀 있어서다.

인터넷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최대주주인 은행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기존 금융업의 관행을 바꿀 ‘메기’로서 인터넷은행이 기능하려면 통신, 유통 등 이(異)업종 기업이 들어와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카카오처럼 대기업(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아니지만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기업이 인터넷은행에 한해 주인(지분한도 최대 50%)이 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김 의원 등 대다수 야당 의원은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예외를 인정하면 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논리다. 2일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K뱅크와 카카오뱅크 설립을 주도한 KT, 카카오는 의결권 있는 지분을 고작 4%밖에 보유하지 못한 채 은행 경영을 해야 할 처지다.

전문가들은 65년 전에 만든 은산분리를 고집하는 건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조정래 태평양 변호사는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 은산분리의 취지”라며 “그런데 현행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는 재벌뿐만 아니라 중소 규모의 일반 비금융사업자도 모두 포함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2000년 e뱅크라는 1호 인터넷은행을 인가하면서 은산분리 예외를 인정했다. 소니뱅크를 비롯해 일본 유통그룹 계열인 이온뱅크, 세븐뱅크 등이 나온 배경이다. 미국은 은산분리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최대 25%까지 보유하는 것이 허용된다.

일각에선 KT처럼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더라도 인터넷은행에 한해 지분 보유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