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철회…철회…철회…철회…철회…철회…11월 6곳 상장 포기…IPO시장 '꽁꽁'
마켓인사이트 11월30일 오후 4시13분

연말 기업공개(IPO)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기업들이 잇따라 공모를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에만 6개 기업이 공모를 포기했다. 연내 예정돼 있는 20여개 기업의 IPO 흥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의약품 연구개발업체인 큐리언트와 카메라 교환렌즈업체 삼양옵틱스는 12월2~3일로 예정된 공모주 청약을 철회한다고 30일 공시했다. 앞서 11월 초부터 패션잡화업체 태진인터내셔날을 필두로 중국 합성운모업체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 의약품 연구개발업체 팬젠, 부가가치통신망(VAN)사업자 KIS정보통신 등이 수요예측 부진으로 공모를 철회했다.

두 회사 모두 지난주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 참가 수량이 기대보다 훨씬 적었고 가격도 회사 기대치보다 낮아 공모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는 수요예측 부진이 회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장이 냉각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내년 초 다시 한번 공모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모주에 대한 기관들의 수요가 부진한 이유는 최근 주가 약세와 무관치 않다. 한 기관투자가는 “최근 2주 동안 상장한 10여개 기업의 주가가 대부분 공모가를 밑돌았다”며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이상으로 올라야 그 종목을 팔고 다음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는데 주가 하락으로 주식을 팔지 못해 추가로 공모주를 담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모가를 놓고 상장할 회사와 기관투자가 사이의 견해차가 큰 것도 걸림돌이다.

11월과 12월에 50여개 기업의 공모가 몰리다 보니 기관들은 오를 종목만 골라 투자하는 ‘옥석 가리기’에 나선 분위기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공모가를 지키지 못할 바에야 공모주 경쟁이 치열한 연말보다는 경쟁이 다소 누그러질 내년 초를 선택하는 게 실리적으로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장예비심사 통과 후 6개월 이내에 청약을 다시 진행할 수 있는 만큼 내년 1분기에 10여개 기업이 청약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보통 연간 실적 발표를 앞둔 1분기에는 공모주 청약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서기열/김태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