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 검토해야"
구시대적 산업전반 임금체계
전반적인 검토 필요한 시점
다음달 1일 취임 1년을 맞는 하 회장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국내 은행산업 주요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1981년 씨티은행에 입행해 34년간 은행에만 몸담은 ‘뱅커’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한미은행장과 씨티은행장을 차례로 지냈다.
지난 1년간 은행연합회장으로서 그가 본 국내 은행산업의 모습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정부가 규제 개혁을 통해 ‘그림자 규제’를 없애는 데 대해선 긍정적으로 봤다. “과거 금융개혁은 대부분 거대담론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성과가 없었지만, 이번엔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구체적 문제를 발굴해 바꿔나가고 있어 개혁 체감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도 많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로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를 꼽았다. 하 회장은 “규제 외에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은 과당경쟁”이라며 “이는 최고경영자(CEO)인 행장의 임기가 2, 3년에 불과한 데서 비롯한다”고 지적했다.
임기가 짧다 보니 취임 때 ‘자산, 시장점유율을 얼마로 늘리겠다’고 단기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와 수수료 등 가격을 낮추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하 회장은 또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게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는 방법이지만 단시간에 성과를 내려는 시도는 ‘사상누각’만 쌓아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씨티그룹이 아시아 5개국에 진출한 게 1902년인데, 113년이 지난 지금도 시장점유율이 2~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1997년 외환위기 직전 국내 금융회사들이 달러를 빌려 동남아시아 국가 채권 투자로 단시일에 큰 수익을 내려다 한꺼번에 무너진 사례도 있다”고 했다.
쏠림현상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의 해외 진출 대상지역이 엇비슷하고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상대로 영업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 회장은 은산분리 규제와 관련해선 원칙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최대 4%(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10%)까지 보유하도록 제한한 규제다.
그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어느 정도까지 보유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는 게 핵심인데, 부작용을 막을 보완장치만 둔다면 (보유지분 한도 등) 규제를 완화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은행권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선 “우리나라의 고용, 임금, 노동법 체계는 과거 제조업 중심 시대에 만들어진 것들”이라며 “경제구조가 디지털화되고 서비스업 비중이 확대되는 상황에 맞는지를 근본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