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석유 팔아 좌파정부 지원
남미의 ‘분홍 물결’은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이 주된 원인이었다. 남미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신자유주의정책을 따랐다. 1982년 남미 외환위기 때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남미 국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주도한 ‘워싱턴 컨센서스’를 받아들였다. 민영화와 시장 개방이 주요 내용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 정부 등 남미 각국 정부는 1990년대 탈(脫)규제, 복지 감축, 공무원 축소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남미에선 신자유주의 때문에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경제가 미국 의존적으로 바뀐다는 비판이 일었다. 1960~1970년대 남미에서 주목받았던 ‘종속이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남미 국가들의 경제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를 미국 등 선진국의 착취로 설명한 이론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반미(反美)’를 내세워 좌파 공조를 외쳤다. 석유산업을 국유화하고 원유를 팔아 번 돈으로 남미 각국 좌파 정부를 지원했다.
그러나 무상의료 등 나눠주기에 급급하던 차베스의 ‘볼리바르혁명’(19세기 초 남미의 독립운동 지도자였던 시몬 볼리바르의 이상을 사회주의적으로 계승한 운동)은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차베스가 2013년 사망하면서 볼리바르혁명은 미완에 그쳤고, 그가 몰고 온 ‘분홍 물결’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