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기관들 투자 확정…목표액 10조원 훌쩍 넘어
사업 초기단계부터 참여…수익 등 투자구조 선택 장점
수원~광명고속도로 1조 등 내달부터 실투자 이뤄질 듯
정부와 산업은행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하는 한국인프라투자플랫폼(KIIP)에 총 18개 기관투자가들이 14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인프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당초 목표치 10조원을 크게 웃돌았다.
기관들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KIIP 전문펀드를 조성해 2023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서울 여의도~경기 안산)에 2조3000억원을 비롯해 수원~광명고속도로에 1조원 등을 공동 투자할 계획이다.
◆SOC 민자투자 활기 띨 듯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IIP에 참여하는 기관투자가는 연기금 보험회사 은행 등 총 18곳으로 정해졌다. 교직원공제회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공단 지방행정공제회 새마을금고중앙회 신협중앙회 등 연기금 일곱 곳,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동부화재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보험사 일곱 곳, 산업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은행권 세 곳이다.
이들은 2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별관에서 ‘KIIP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하고 전문펀드를 결성키로 했다. KIIP는 지난 6월 정부가 ‘하반기 경제활성화정책’으로 내놓은 인프라 투자 확대방안에 따라 출범하는 ‘투자자 협의체’다. 참여 기관은 자금을 조달하고 산업은행은 사업주선 및 금융자문, KDB인프라자산운용은 투자운용을 맡는다.
이번에 기관들이 투자를 약정한 금액은 총 14조5000억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대거 몰렸다”며 “SOC에 대한 민자투자 확대는 내수 경기 침체를 타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구조 자유롭게 선택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사업 초기단계부터 관여할 수 있어서다. 한 보험사 SOC투자 담당자는 “기존에는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투자 구조를 모두 짠 뒤 기관투자가들에 사업 계획을 제시했기 때문에 사전에 협의할 여지가 없었다”며 “하지만 KIIP는 기관들이 투자 협의체로서 사업 기획단계부터 적정 수익률이나 원하는 투자 구조를 제안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참여 기관은 투자위원회를 구성해 KDB인프라가 제안하는 개별 사업건에 대한 투자 여부를 승인한다. 투자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선순위 대출’ 혹은 ‘선순위+후순위 대출’로 투자한다. 시설을 증설하거나 개량 혹은 운영이 시작된 사업처럼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을 경우에는 지분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기관 특성에 따라 투자 구조를 미리 선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급여력비율(RBC) 준수 등을 위해 안전한 투자를 선호하는 보험사는 선순위 대출,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연기금은 후순위 대출이나 지분 투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다음달 경기 수원~광명고속도로 자금재조달(리파이낸싱) 사업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신분당선(서울 용산~강남)복선전철 8800억원 △신분당선(강남~정자)복선전철 리파이낸싱 8000억원 △경기 이천~오산고속도로 6500억원 등에 투자가 이뤄진다.
■ 한국인프라투자플랫폼
KIIP. 도로 철도 등 인프라 부문에 민간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산업은행 주도로 설립되는 투자 협의체다. 연기금 보험사 등이 사업별로 투자 방식과 규모를 스스로 결정한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