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계산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고객이 안내데스크에 드러누워 두시간여를 버텼다. 고객은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안내데스크에서 내려왔다. 고객이 왕으로 모셔지는 한국의 서비스업 풍토에서 일선 근로자들이 이같은 손님의 횡포에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한 대형마트에서 소란을 피운 이모씨(55·여)를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23일 저녁 5시45분께 서울 성동구의 한 마트에서 홍삼액 등 5개 품목을 계산대에 올려놓고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마트 직원이 줄을 서 있는 고객들에게 “여기는 소량계산대니 계산 품목이 5개가 넘는 고객은 다른 계산대를 이용해달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 자신은 5개 품목을 가져왔는데 직원이 자신에게도 같은 안내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여성은 직원에게 “이것이 몇 개로 보이냐”며 화를 내다 계산이 끝난 홍삼액을 직원을 향해 내동댕이쳤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마트 관리자가 이씨에게 거듭 사과했고 우선 해당 직원을 이씨와 떼어놓았다. 하지만 이씨는 해당 직원과 대면하기를 요구하며 고객만족센터 안내데스크 위로 올라가 드러누웠다. 두 시간여의 설득에도 사건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근처 지구대에서 경찰이 출동했고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같은 서비스직 현장에선 많은 감정 노동자들이 고객들의 횡포에 고통을 겪고 있다. 해당 마트 관계자는 “이른바 이같은 ‘진상고객’은 극소수일 뿐이지만 한번 당하고 나면 직원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직원 보호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윤정/김동현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