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중국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TV로 보면서 ‘내가 하면 더 멋지게 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하게 됐죠. 7년 뒤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개막식 땐 현장에 있고 싶습니다.”

3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해외 스포츠 현장 인턴십으로 해외 취업에 도전하는 백지예 씨(24)의 포부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스포츠 문화행사 연출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스포츠산업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한 ‘체육·스포츠 분야 해외 인턴 지원사업’으로 백씨를 포함한 35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다음주부터 11개국의 20여개 스포츠 관련 기업과 기관에 파견돼 6개월여 동안 인턴으로 근무하며 해외 취업에 도전한다.

이번에 뽑힌 인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스포츠분야 해외 파견인데도 전공이 다양하다는 것. 대학 졸업반인 백씨는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지난해 학점 교류 프로그램으로 1년간 상하이에 머물렀던 경험이 이번 선발에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중국에서 스포츠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유통하는 골든하베스트 미디어로 배치돼 프로그램 제작지원 업무를 한다.

이수헌 씨(30)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어려서 태권도(3단)를 배웠지만 학창 시절 스포츠 현장에서 직업을 찾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2012년 르완다로 2년간 해외 봉사를 떠나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이씨는 “당시 르완다 태권도 대표팀을 돕는 스태프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며 “태권도 종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과 함께 태권도를 배운 경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로상담설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이씨는 UN해비타트에서 스포츠 이벤트와 교육 등을 통해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을 기획, 운영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그는 “남의 얘기 듣는 걸 좋아한다”며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의 유소년들에게 스포츠를 통해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운동건강관리학을 전공한 박중현 씨(28)는 말레이시아 스포츠클럽 아이원스포츠에서 피지컬 트레이너로 활동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했던 박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스페인전에서 김남일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쏜살같이 달려가 그를 치료하는 팀 닥터를 보고 재활트레이너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현지 언어 구사 능력이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재활분야는 몸을 주제로 한 소통이기 때문에 많은 부상 상황과 그에 따른 조치법을 경험하다 보면 ‘악’ 소리만 들어도 어떤 부위가 불편한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경기의 한 개인병원과 대학축구팀 등에서 시간제 재활트레이너로 활동해왔다. 박씨는 “언어와 문화가 달라 좌충우돌하는 미숙함도 많겠지만 국내 스포츠 현장에서 익힌 다양한 노하우로 이번 인턴십을 통해 해외 취업에 꼭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