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인간 쪽지예산' 고집에 일정 절반 날린 예산안조정소위
내년 예산을 최종 조율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조정소위)가 10여일째 헛돌고 있다. 15명 소위정원(여당 8명, 야당 7명) 하나 꿰맞추지 못해 1명씩 늘리기로 했다가 제동이 걸리자 20일짜리 예산소위에 사·보임(위원 교체) 형태로 증원하는 꼼수까지 썼다.

야당이 1명을 줄이지 않고 순번제 교대 투입을 고집하면서 소위는 지난 18일 또 멈춰섰다. 386조원 규모 예산을 깎고 늘리는 막중한 심사일정 중 절반을 소위 인원구성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허비한 셈이다.

지난 18일 오후 예결위 여야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과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원 외 의원을 바꾸는 사·보임을 19일부터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

“‘인간쪽지예산’을 투입하려는 행태”라는 여당의 맹비난에 야당이 마지못해 1명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소위가 다시 가동된 이날에도 야당은 누구를 제외시킬지 정하지 못했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 확보에 목을 매는 그 어느 의원도 양보를 하지 않은 데다 원내 지도부도 결단을 내리지 못해서다. 소위에 끼기만 하면 통상 수백원의 예산을 늘리고 줄일 재량권이 주어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야당은 이번주 감액심사기간에는 박범계 의원을 빼고 야당 몫 7명을 소위에 투입하기로 했다. 대신 다음주 증액심사에서는 다른 1명을 빼고 박 의원을 투입시키기로 내부 조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교체투입 주기를 하루에서 1주일씩으로 변경했을 뿐 사·보임을 계속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예결위 양당 간사는 나중에 ‘딴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18일 합의에서 송언석 기획재정부 차관과 김춘순 예결위 수석전문위원까지 배석시켰다.

김 의원은 합의 후 “18일 기준 멤버를 야당이 또 바꾸든 말든 상관없지만, 내일부터는 소위에 들어온 여야 멤버가 고정적으로 가야 한다”고 못박기도 했다. 여야 합의를 걷어찬 것도 모자라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는 야당의 쪽지예산 집착이 놀랍기만 하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