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화쟁위는 19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생명평화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자신의 신변보호와 함께 시국 현안에 대한 화쟁위의 중재를 요청했다.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한 위원장이 중재에 관해 요청한 내용이 무엇인지, 각계 각층의 의견이 어떠한지, 국민의 바람은 무엇인지 면밀히 살피면서 당사자와 정부 등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신변보호 요청을 수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시간을 더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조계사가 여러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우리 집에 찾아온 분을 모시고 있는 데 대해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 위원장의 조계사 내 신변보호를 받아들인 것이다.
화쟁위가 한 위원장의 중재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 기간도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종교가 나서서 보호하고 중재하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구속영장 집행이 늦어지고 결과적으로 공권력의 무력감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조계사가 수배자의 은신처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신도들의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조계사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 사실이 알려진 후부터 ‘한 위원장을 왜 숨겨주냐’고 항의하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이 걸려온다”고 전했다. 조계종 홈페이지에도 “자칫 불교 전체가 정치적으로 비칠까 걱정이다”, “한 위원장을 내보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라” 등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구속영장이 발부된 범법자를 보호하는 인상을 국민에게 줘서는 크게 대접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계종은 “집권 여당 대표를 지낸 원로 정치인이 종교 내부의 문제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