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익경 기자가 만난 세계의 건강한 한국인-18] 내과 전문의 이준호 시니어 메디컬 닥터(senior medical do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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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한인들이 밀집해있는 플러싱 지역과 세계의 중심지 맨해튼에서 동양과 서양의학의 균형(balance)을 추구하는 것이 이 시대 의자(醫者)들의 사명이라고 주장하는 내과 전문의 이준호 시니어 메디컬 닥터(senior medical doctor) 를 만나본다.
문: 서양의학을 공부하신 입장에서 보기 드물게 동양의학의 우수성을 설파하시는 것같습니다. 평소 지론에 관해 듣고 싶습니다.
답: 저는 메디컬 닥터 면허와 한의사 면허를 동시에 소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두가지 다른 차원의 의학을 미국와서 공부하다 보니 서로간의 차이점,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부분 등에 관해 깊이 고찰하게 되었고, 저의 결론은 양수를 다 겸장하는 것이 이 시대 환자를 치료하는 헬스 프로바이더(Health provider)에게 요구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문: 서양의학 입장에서 보는 동양의학과 동양의학 입장에서 서양의학을 말씀해주신다면요?
답: 우선 접근하는 각도, 사용하는 용어 등 너무도 다르기에 서양의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동양의학을 공부하는 것이 쉽지 많은 않았습니다. 서양의학은 증거, 통계적인 자료에 근거하지만 동양의학은 경험에 의한 학문이죠. 선배, 조상님들이 직접 체득하고 경험한 부분을 저는 과학적으로 증명을 하려고 하는 것이고요. 서양의 동맥, 정맥, 신경을 이야기하지만 동양에서는 경혈이나 기(氣)를 이야기 하지 않습니까? 분명 서양의술이 필요할 때가 있고, 동양이 유용할때가 있습니다. 구안와사의 경우 한방과 더불어 치료하면 시너지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통이나 임파선관련 질병은 치료등급 에센스 오일만으로도 그 효과가 증대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라임병의 경우 7th 신경 스테로이드를 써야하죠. 뇌에 관련된 질병은 침법만으로 안되게 되어있습니다. 또한 MRI를 통해 전립선암이 밝혀진 환자가 있었는데 MRI를 찍기전에 허리가 너무 아파 침치료만 계속 받았더군요. 원인은 전립선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래서 한의사들도 과학문명이 발달하는 것에 걸맞게 `온고이지신`하는 자세를 늘 견지할 것을 강조합니다. 이렇듯 동과 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작금의 시대는 삶의 공간이 복잡해지고, 사람과 사람이 충돌하며 근심, 걱정,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테러의 공포 등으로 인한 신경계 질환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꼭 약이나 수술, 침법 등의 테크닉외에 명상이나 호흡법을 통해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것도 서양의학, 동양의학에 못지 않게 중요한 범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몸은 거대한 화학공장입니다. 공장장이 어떤 마음을 먹고, 쓰느냐에 따라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스리는 신유의 능력을 누구나가 갖고 있지요.
문: 한의를 하는 분들에게서는 그런 말씀을 많이 들었지만, 양의를 평생해오신 메디컬 닥터께서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새롭게 다가오네요.
답: 우리는 솔직해져야 합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미국에서는 더우기 권위적이고, 환자들이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모름지기 의사는 환자위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늘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합니다. 거대한 자본주의에서 우리가 부속품처럼 살다보니 스스로의 양심을 팔기도 하지만, 궁극에 가서 스스로는 속일 수없는 법입니다. 저 역시 양의사로써 평생 살면서 많은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해주었는데 어느 순간 꼭 약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생각과 더불어 가책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욱 동양의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의사로써 솔직한 말씀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약이 절실할때가 있지요. 지난번 아이티 지진이 일어났을때 그곳에 의료봉사를 간적이 있는데 현장의 비참함 속에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게 타이레놀이나 애드빌을 주는 것이었습니다만 그걸 받은 이재민들의 병이 호전되고 낫는 것을 보면서 의사에 대한 신뢰가 비록 진통제나 소염제였지만 그런 긍정적인 반응이 놀랍도록 일어난 것이었죠.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더욱 의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 개인적인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의사의 길을 걷게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답: 어린시절 막연하게 전집을 많이 읽었는데, 그 중에서 슈바이처의 전기를 읽고, 꼭 의사가 되어 남들을 도와주겠다는 생각이 늘 마음한켠에 있었고, 그것이 동기가 되었던 것같습니다.
문: 그럼 뉴욕에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한국에서 의대를 들어갔지만 대학졸업시 줄(connection)이 있어야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있었습니다. 그것은 비단 학교, 병원 뿐 아니라 군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커넥션이 없는 사람은 99퍼센트가 최전방으로 가야했고, 그렇게 수동적으로 가느니 남들이 안가는 공수부대를 지원했습니다. 공부를 1등하거나 집안에 의학계와 관련이 없다면 할 수있는 일이 굉장히 제한되어 있다는 걸 느꼈고, 무작정 미국행을 결심하고 뉴욕으로 왔습니다.
문: 뉴욕에서의 의사면허 시험을 새로 치루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셔야 하는 등 고충도 많으셨을텐데요. 뉴욕 생활에 만족을 하셨습니까?
답: 미국에 오니까 아차! 싶었습니다. 학교에 교수부에 있는 선배들이나 선생님들은 미국만 갔다오면 유명해지고 학교에서 강의하고 하던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미국을 너무 모르고 왔었습니다. 오직 시험을 합격하고 취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 반지하의 방하나에 남자 네명이 함께 살며, 할 수있는 것은 무모하지만 무조건 공부든 일이든 열심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밥먹는 걸 잊어버릴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언어의 장벽에 때문에 발생하는 차별, 무시, 비웃음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10개의 문장이 있다면 제가 표현하고 알아듣는건 한두개 뿐이라는 절망감을 이겨내는 방법은 남들보다 더 일찍 나오고 남들보다 더 늦게 들어가는 것이 제가 생존할 수있는 방법이고 제가 뼈속까지 새겨야했던 정신이었습니다. 메디컬 닥터 1세대로써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의사들도 저와 마찬가지의 고충을 겪었을 겁니다.
문: 남의 나라에 와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민자들이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을 할 겁니다. 의사로써 보람된 순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답: 모든 의사가 느끼는거겠지만 보람은 환자 나아서 나갈 때, 문을 들어올때 힘들어서 들어왔다가 나아서 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환자들이 기다리는데 본인도 급한데 더 위급한 환자를 가리키며 저 사람 먼저 봐주라고 할때가 참 기억에 남습니다. 힘든순간은 환자가 죽음의 순간을 맞이할때입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한스텝만 더 가면 못돌아오는 것이죠. 저는 밤 12시, 1시에도 전화를 받습니다. 한번은 콩팥을 받아 이식을 했는데 갈수록 악화되고 젊은 환자가 죽었습니다.그럴때는 한참을 생각해야 합니다. 수술을 안받았으면 생명을 연장했을텐데라는 회한이 밀려옵니다.죽음을 맞이한 환자의 가족들 울음소리는 쉽게 잊어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앞서말씀드린데로 아이티에 의료봉사를 갔을때 만난 13살 소녀가 있었는데,그 소녀는 집이 무너지면서 부모.오빠. 동생을 잃었고, 그 충격으로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는데 제가 의사로써 해줄 수있는게 없었고, 진실로 간절하게 그 소녀를 위해 기도를 해줬습니다. 그게 제가 유일하게 할 수있는 일이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그 소녀의 증상이 호전되었습니다. 궁즉통(窮卽通),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요? 우리 말속에도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란 말이 있듯이 뭐든지 간절하면 기적이 일어나고 신유의 힘이 생긴다는 걸 다시 한번 경험했습니다.
문: 아무리 명약이 있어도 그 사람의 마음가짐, 자세가 삐뚤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말씀과 상통하는 말씀이고, 의료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씀인 것같습니다. 끝으로 후배들이나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한말씀 해주신다면요?
답: 현대 사회는 균형이 깨지고 있습니다. 균형을 되찾는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서양의학이든 동양의학이든 서로를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협진이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가야치료이전에 예방을 하는 것또한 중요한 컨셉입니다. 양의든 한의든 약에만 의존하게 하고, 약먹는 것만 체크하며 약이 안들으면 약의 투약량을 늘리고 더 강한 것을 쓰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병자가 오면 그 사람이 왜 병에 걸렸는지 한쪽면만 보지 말고, 그 사람의 환경이라든지 상황 등 모든 걸 고려할 줄 알아야합니다. 지금 시대에 독불장군은 살아남기 힘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의학이라는 학문은 너무 방대하고 깊어서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은 모래사장의 모래알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많이 아는 줄 착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후배들에게도 당부하지만 저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인데, 끊임없이 배운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갔으면 합니다. 내가 아는 만큼 줄 수있는 것이고,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외에도 무수히 배울 것은 차고 넘친다는 것입니다. (현장인터뷰 강효훈)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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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서양의학을 공부하신 입장에서 보기 드물게 동양의학의 우수성을 설파하시는 것같습니다. 평소 지론에 관해 듣고 싶습니다.
답: 저는 메디컬 닥터 면허와 한의사 면허를 동시에 소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두가지 다른 차원의 의학을 미국와서 공부하다 보니 서로간의 차이점,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부분 등에 관해 깊이 고찰하게 되었고, 저의 결론은 양수를 다 겸장하는 것이 이 시대 환자를 치료하는 헬스 프로바이더(Health provider)에게 요구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문: 서양의학 입장에서 보는 동양의학과 동양의학 입장에서 서양의학을 말씀해주신다면요?
답: 우선 접근하는 각도, 사용하는 용어 등 너무도 다르기에 서양의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동양의학을 공부하는 것이 쉽지 많은 않았습니다. 서양의학은 증거, 통계적인 자료에 근거하지만 동양의학은 경험에 의한 학문이죠. 선배, 조상님들이 직접 체득하고 경험한 부분을 저는 과학적으로 증명을 하려고 하는 것이고요. 서양의 동맥, 정맥, 신경을 이야기하지만 동양에서는 경혈이나 기(氣)를 이야기 하지 않습니까? 분명 서양의술이 필요할 때가 있고, 동양이 유용할때가 있습니다. 구안와사의 경우 한방과 더불어 치료하면 시너지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통이나 임파선관련 질병은 치료등급 에센스 오일만으로도 그 효과가 증대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라임병의 경우 7th 신경 스테로이드를 써야하죠. 뇌에 관련된 질병은 침법만으로 안되게 되어있습니다. 또한 MRI를 통해 전립선암이 밝혀진 환자가 있었는데 MRI를 찍기전에 허리가 너무 아파 침치료만 계속 받았더군요. 원인은 전립선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래서 한의사들도 과학문명이 발달하는 것에 걸맞게 `온고이지신`하는 자세를 늘 견지할 것을 강조합니다. 이렇듯 동과 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작금의 시대는 삶의 공간이 복잡해지고, 사람과 사람이 충돌하며 근심, 걱정,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테러의 공포 등으로 인한 신경계 질환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꼭 약이나 수술, 침법 등의 테크닉외에 명상이나 호흡법을 통해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것도 서양의학, 동양의학에 못지 않게 중요한 범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몸은 거대한 화학공장입니다. 공장장이 어떤 마음을 먹고, 쓰느냐에 따라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스리는 신유의 능력을 누구나가 갖고 있지요.
문: 한의를 하는 분들에게서는 그런 말씀을 많이 들었지만, 양의를 평생해오신 메디컬 닥터께서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새롭게 다가오네요.
답: 우리는 솔직해져야 합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미국에서는 더우기 권위적이고, 환자들이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모름지기 의사는 환자위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늘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합니다. 거대한 자본주의에서 우리가 부속품처럼 살다보니 스스로의 양심을 팔기도 하지만, 궁극에 가서 스스로는 속일 수없는 법입니다. 저 역시 양의사로써 평생 살면서 많은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해주었는데 어느 순간 꼭 약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생각과 더불어 가책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욱 동양의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의사로써 솔직한 말씀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약이 절실할때가 있지요. 지난번 아이티 지진이 일어났을때 그곳에 의료봉사를 간적이 있는데 현장의 비참함 속에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게 타이레놀이나 애드빌을 주는 것이었습니다만 그걸 받은 이재민들의 병이 호전되고 낫는 것을 보면서 의사에 대한 신뢰가 비록 진통제나 소염제였지만 그런 긍정적인 반응이 놀랍도록 일어난 것이었죠.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더욱 의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 개인적인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의사의 길을 걷게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답: 어린시절 막연하게 전집을 많이 읽었는데, 그 중에서 슈바이처의 전기를 읽고, 꼭 의사가 되어 남들을 도와주겠다는 생각이 늘 마음한켠에 있었고, 그것이 동기가 되었던 것같습니다.
문: 그럼 뉴욕에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한국에서 의대를 들어갔지만 대학졸업시 줄(connection)이 있어야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있었습니다. 그것은 비단 학교, 병원 뿐 아니라 군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커넥션이 없는 사람은 99퍼센트가 최전방으로 가야했고, 그렇게 수동적으로 가느니 남들이 안가는 공수부대를 지원했습니다. 공부를 1등하거나 집안에 의학계와 관련이 없다면 할 수있는 일이 굉장히 제한되어 있다는 걸 느꼈고, 무작정 미국행을 결심하고 뉴욕으로 왔습니다.
문: 뉴욕에서의 의사면허 시험을 새로 치루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셔야 하는 등 고충도 많으셨을텐데요. 뉴욕 생활에 만족을 하셨습니까?
답: 미국에 오니까 아차! 싶었습니다. 학교에 교수부에 있는 선배들이나 선생님들은 미국만 갔다오면 유명해지고 학교에서 강의하고 하던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미국을 너무 모르고 왔었습니다. 오직 시험을 합격하고 취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 반지하의 방하나에 남자 네명이 함께 살며, 할 수있는 것은 무모하지만 무조건 공부든 일이든 열심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밥먹는 걸 잊어버릴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언어의 장벽에 때문에 발생하는 차별, 무시, 비웃음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10개의 문장이 있다면 제가 표현하고 알아듣는건 한두개 뿐이라는 절망감을 이겨내는 방법은 남들보다 더 일찍 나오고 남들보다 더 늦게 들어가는 것이 제가 생존할 수있는 방법이고 제가 뼈속까지 새겨야했던 정신이었습니다. 메디컬 닥터 1세대로써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의사들도 저와 마찬가지의 고충을 겪었을 겁니다.
문: 남의 나라에 와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민자들이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을 할 겁니다. 의사로써 보람된 순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답: 모든 의사가 느끼는거겠지만 보람은 환자 나아서 나갈 때, 문을 들어올때 힘들어서 들어왔다가 나아서 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환자들이 기다리는데 본인도 급한데 더 위급한 환자를 가리키며 저 사람 먼저 봐주라고 할때가 참 기억에 남습니다. 힘든순간은 환자가 죽음의 순간을 맞이할때입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한스텝만 더 가면 못돌아오는 것이죠. 저는 밤 12시, 1시에도 전화를 받습니다. 한번은 콩팥을 받아 이식을 했는데 갈수록 악화되고 젊은 환자가 죽었습니다.그럴때는 한참을 생각해야 합니다. 수술을 안받았으면 생명을 연장했을텐데라는 회한이 밀려옵니다.죽음을 맞이한 환자의 가족들 울음소리는 쉽게 잊어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앞서말씀드린데로 아이티에 의료봉사를 갔을때 만난 13살 소녀가 있었는데,그 소녀는 집이 무너지면서 부모.오빠. 동생을 잃었고, 그 충격으로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는데 제가 의사로써 해줄 수있는게 없었고, 진실로 간절하게 그 소녀를 위해 기도를 해줬습니다. 그게 제가 유일하게 할 수있는 일이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그 소녀의 증상이 호전되었습니다. 궁즉통(窮卽通),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요? 우리 말속에도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란 말이 있듯이 뭐든지 간절하면 기적이 일어나고 신유의 힘이 생긴다는 걸 다시 한번 경험했습니다.
문: 아무리 명약이 있어도 그 사람의 마음가짐, 자세가 삐뚤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말씀과 상통하는 말씀이고, 의료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씀인 것같습니다. 끝으로 후배들이나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한말씀 해주신다면요?
답: 현대 사회는 균형이 깨지고 있습니다. 균형을 되찾는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서양의학이든 동양의학이든 서로를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협진이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가야치료이전에 예방을 하는 것또한 중요한 컨셉입니다. 양의든 한의든 약에만 의존하게 하고, 약먹는 것만 체크하며 약이 안들으면 약의 투약량을 늘리고 더 강한 것을 쓰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병자가 오면 그 사람이 왜 병에 걸렸는지 한쪽면만 보지 말고, 그 사람의 환경이라든지 상황 등 모든 걸 고려할 줄 알아야합니다. 지금 시대에 독불장군은 살아남기 힘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의학이라는 학문은 너무 방대하고 깊어서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은 모래사장의 모래알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많이 아는 줄 착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후배들에게도 당부하지만 저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인데, 끊임없이 배운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갔으면 합니다. 내가 아는 만큼 줄 수있는 것이고,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외에도 무수히 배울 것은 차고 넘친다는 것입니다. (현장인터뷰 강효훈)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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