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제 밀월시대'… FTA 발효되면 '팅하오'
한국과 중국의 경제 협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세계의 시장’ 중국은 이미 한국의 제1교역국이지만 중요도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4년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섰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규모는 1992년 약 27억달러에서 지난해 약 1453억달러로 22년간 연평균 20%씩 급성장했다. 올해 중국의 제조업 경기 악화 등으로 대중국 수출금액은 줄었지만 비중은 더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10월 기준)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집계됐다. 지난해 25.4%에 비해 0.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수출뿐 아니라 내수시장에서도 중국의 입지는 강화됐다. 중국인의 소득 향상, 한류 열풍으로 방한 여행객이 급격히 늘면서 국내 유통가의 큰손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 면세점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든 주인공이 중국이다. 지난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한국계 중국인 제외)은 612만6865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가까이(43.14%)를 차지했다. 5년 새 세 배 이상으로 불었다. 같은 기간 한국 면세점시장 규모는 2010년 약 4조5000억원에서 약 8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인터넷으로 한국 물건을 구매하는 역(逆)직구(직접 구매)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중국 소비자의 해외직구 규모는 최근 7년간 연평균 93% 급증하면서 국내 화장품, 의류 등 소비재 기업의 새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한국과 중국의 경제 교류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과 중국은 2012년 5월 FTA 제1차 협상을 시작해 올 6월 정식 서명을 마쳤다.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FTA로 관세 철폐, 한국과 중국 간 투자 확대 등이 이뤄지면 양국 간 교역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가 발효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5년 뒤 1.0~1.3%, 10년 뒤 2.3~3.0%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FTA로 기존 가공무역 중심의 대중 수출구조가 내수시장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최종 소비재로 확대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은 중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돌파했지만 중간재(부품)에 편중된 구조다.

정혜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전반적인 수출 부진 속에서도 중국의 수입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10%를 넘어섰다”며 “FTA가 중국 소비시장의 중장기적 변화에 대응하는 포석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FTA가 발효되면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상품, 서비스 등 내수시장을 더 나은 조건으로 공략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수시장 확대를 겨냥해 한국 기업들이 차별화된 대중국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소득 재분배, 신형 도시화 등 내수 활성화를 겨냥한 정책들이 제 궤도에 들어서면 중국 소비시장이 더욱 성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소매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3000억달러로 한국의 10배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재진 현대경제원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가계의 소득 수준 향상에 대비해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 등 수요에 맞는 소비재 수출 방안을 다각도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