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들 주도의 영덕 원전유치 주민 찬반투표가 투표자 수 미달로 효력을 잃었다. 제대로 된 주민투표라면 주민투표법에 따라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 하는데 이번 투표율은 32.5%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투표율에 있지 않다. 지난해 삼척에 이어 이번 주민투표도 원천적으로 법적 근거가 없는, 일종의 탈법 행위다. 원전 건설은 명백한 국가사무여서 지방자치단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이는 영덕군도 인정한 것이다. 더구나 영덕 원전은 2010년 군의회의 전원 동의 아래 영덕군이 신청했고, 정부가 적법 절차를 거쳐 2012년에 예정구역까지 지정·고시했었다.

이런 합법적인 국책사업을 소위 시민단체 등이 나서 반대운동을 벌였고, 법적 근거나 효력도 없는 주민투표까지 강행했다. 어떻든 투표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어제 정부 담화는 지극히 당연하다. 불과 13개월 전 삼척에서 같은 식의 원전건설 반대 주민투표를 시민단체들 주도로 감행할 때 정부가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해야 했다.

국책사업마다 찾아가 반대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들은 이번 반대투표가 무위로 끝난 것을 어떻게 책임질 텐가. NGO란 허울만 쓰면 행위에 대한 그 어떤 사회적 책임조차 질 필요도 없다는 식인가. 무상급식 논쟁 때 주민투표에서 밀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했듯이 사회단체들도 스스로의 주장이 부결됐을 때는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만 한다. 제주 해군기지부터 밀양 송전탑, 삼척과 영덕의 반(反)원전 그룹들 모두에 해당하는 일이다. 하지만 책임을 진다는 이도, 그 숱한 단체의 대표에서 물러났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법적, 정치적, 사회적 공격이 부당한 것으로 판명날 때 상대에게 명확하게 책임지는 것도 선진사회의 요건이다. 정부도 사명감을 갖고 당당하게 국책사업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