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 4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놓고 사흘간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이로써 선거구 획정안의 법적 시한(11월13일) 내 처리는 무산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12일 국회에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만나 선거구 획정안을 놓고 담판을 벌였으나 지역구·비례대표 비율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10~11일에 이어 사흘간 이어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것이다.

새누리당은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2 대 1 이내로 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농어촌 지역구가 감소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체 의석 중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자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축소에 반대하며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여야는 논의 과정에서 지역구를 현행 246개에서 253개로 늘리는 대신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뤘다.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란 정당 득표율의 절반에 해당하는 의석을 보장하는 제도다. 가령 A정당의 정당 득표율이 10%인데 지역구 당선자가 5명뿐이면 비례대표 10명을 줘서 전체 15석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시 소수 정당의 의석이 증가해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새정치연합은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조건으로 다수당의 발목을 잡는 법이라는 평가를 받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협력할 수도 있다고 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은 선거 연령 하향 조정과 투표 시간 연장을 들고 나와 협상을 더 꼬이게 했다. 원 원내대표는 “선거구 획정과 거리가 먼 것을 요구해 수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여야 협상이 결렬돼 국회는 16대 총선부터 다섯 번 연속으로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을 어기게 됐다. 19대 총선과 18대 총선 때는 2월29일, 17대 총선 때는 3월12일 선거구가 확정됐다.

연말까지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선거구가 올해 12월31일까지 효력을 갖는다는 지난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국회가 연내 선거구를 다시 정하지 않으면 내년 1월1일부터는 기존 선거구가 무효가 된다. 이렇게 되면 12월15~31일에 이뤄지는 예비후보 등록이 무효가 되고 내년 1월1일부터는 예비후보 등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홍보물 발송 등 선거운동을 하려면 예비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 정치 신인이 현역 의원보다 불리해지는 것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