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정동화, 박영준 전 차관 취업청탁 들어주고 훈장 받아
8개월 수사 마무리…검찰 "부당한 정경유착, 방만경영 규명했다"

올해 3월부터 8개월간 이어졌던 검찰의 포스코 비리 수사가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과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32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마무리됐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회사에 1천5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와 포스코 계열사나 협력사에서 빚어진 천문학적 액수의 횡령·배임 범죄를 적발했다.

정 전 회장은 불구속기소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실세'로 통하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포스코 회장 선임에 개입한 것 외에도 포스코 측에 취업청탁을 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정 전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전·현직 임직원 17명과 협력사 관계자 13명, 이 전 의원, 산업은행 송모 전 부행장 등 32명을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32명 가운데 구속된 피고인은 17명에 이른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2010년 5월 인수 타당성이나 위험 부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플랜트업체인 성진지오텍 지분을 인수해 포스코 측에 1천592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포스코 신제강공장 건설 중단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이 전 의원의 측근 박모씨가 실소유주인 협력사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주는 수법으로 박씨에게 12억원 상당의 이익을 건넨(뇌물공여) 혐의도 받는다.

거래업체인 코스틸의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이 회사 박재천 회장으로부터 골프 접대 등 490만원 상당의 향응과 금품을 받은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정 전 회장은 납품 편의를 봐 주는 대가로 자신의 처사촌동생 유모씨를 코스틸 고문으로 취직시켜준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도 포스코 측에 코스틸의 납품 로비를 해 준 뒤 고문료 명목으로 4억7천여만원의 돈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전 부회장이 이명박 정부의 유력 인사와 유착한 사실도 적발했다.

정 전 부회장은 박영준 전 차관으로부터 특정 정부 부처 고위공무원의 고교 동창을 포스코건설에 취직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2011년 초에 토목환경사업본부 상무로 일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부회장은 박 전 차관의 청탁을 들어준 대가로 2012년 8월께 '4대강 사업' 유공자로 평가받아 금탑산업훈장을 받을 수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왕차관'으로 불리며 실세로 통했다.

이번 수사에서 취업 청탁뿐 아니라 정준양 전 회장이 최고경영자로 선출되는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박 전 차관은 검찰의 조사에 불응했다.

박 전 차관의 금품거래 단서가 나오지 않은 데다 참고인 신분이라 강제소환 수단이 없어 더 이상 수사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정 전 부회장은 이밖에도 2009년 8월부터 2013년 6월까지 회삿돈 50억여원을 횡령하고 베트남 도로 공사 하도급 대가로 자신의 처남에게 협력사가 1억8천500만원을 지급하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포스코건설의 협력업체인 동양종합건설 배성로 전 회장은 2009년부터 작년까지 9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와 포스코 측으로부터 875억원 규모의 일감을 특혜 수주한 데 따른 입찰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배 전 회장은 2011년 5월께 포스코건설 고위 임원에게 공사 수주 대가로 5천만원을 건네고 2012년부터 작년 사이 계열사간 주식거래를 통해 회사에 83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받는다.

올해 3월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포스코 비리 수사는 이날 사실상 마무리됐다.

협력사 일감 몰아주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 등에 대한 수사는 아직 남아 있다.

8개월간 이어진 수사는 포스코 일부 경영진의 부패, 협력사와의 검은 공생 구조를 규명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정 전 부회장과 배 전 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 등으로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굴지의 대기업과 매출규모 수천억원대의 협력업체 등에 대한 종합적 수사였기 때문에 기간이 장시간 소요되는 것은 불가피했다"며 "이번 사건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19명 중 2명만 기각이 됐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 후 입장자료를 내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포스코는 "이번 수사와 회사 안팎의 조언을 수렴해 경영 전반을 면밀히 재점검하겠다"며 "7월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열어 마련한 '혁신 포스코 2.0 추진계획'을 실행해 조기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이보배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