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수지 여사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이 예상되면서 미얀마의 옛 국명인 ‘버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NLD가 집권하면 버마를 더 선호하는 민주화 세력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호를 바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미국은 10일 이번 총선을 논평하면서 버마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이날 평화적 정권 이양을 촉구하면서 “버마의 군사적, 정치적 지도자들이 (선거 결과에) 귀를 기울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군부 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공식석상에서 줄곧 미얀마 대신 버마라는 이름을 쓰다가 2011년 이후 미얀마·버마를 섞어서 쓰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

현재 미얀마의 정식 국가명칭은 미얀마연방공화국으로, 1989년 군사정권이 집권하면서 버마라는 종전 국명을 버리고 미얀마를 채택했다. 버마라는 국명이 영국 식민지 시대 잔재이고 버마족만 배려할 뿐 135개 소수 민족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아웅산수지 등 민주화 운동가들은 군부 세력이 과거 잘못을 감추기 위해 국명을 변경했다고 주장해왔다. 아웅산수지 여사는 2013년 1월31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 미얀마를 버마로 정정해 사용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도 이번 총선 후 버마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아웅산수지 여사는 이날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필요한 대로 대통령을 찾겠지만 내가 집권당 지도자로서 정책을 결정하는 데 방해받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