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편. 미국 금융사 M&A 사례 통해 본 KDB 대우증권 매각 방향 모색





한국 자본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가 기업들의 외적 성장은 물론 질적 성장을 이뤄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길게는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 기업들은 끊임없는 M&A를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해 왔지만 지난 20년간 한국에서는 그렇다할 M&A 사례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JP Morgan Chase는 그동안 전통적인 금융 부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M&A를 통해 사업 역량을 성공적으로 강화해 왔다. 2001년 당시 Chase Manhattan과 JP Morgan의 합병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중립적이었지만, 미국에서 무려 전체 수익의 80%가 창출되던 3대 상업 은행 중 하나인 Chase Manhattan에게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투자은행 부문에 역량이 집중돼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왔던 JP Morgan은 변화하는 금융시장 속에서 든든한 자금력과 종합 금융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JP Morgan Chase로 합병 후에는 세계 3위의 잔고를 가진 종합 금융 기업으로 성장했고 규모의 경제와 더불어 대기업 금융과 부호들을 대상으로 쌓아온 자금운용과 관련된 노하우로 창출된 시너지 효과로 인해 수익성은 합병 후 꾸준히 개선됐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당시에도 JPMorgan Chase는 경쟁사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손실을 기록했고 이를 기회삼아 대대적인 확정 정책을 펼쳐 미국 금융시장에서의 최강자로 거듭났다. JP Morgan Chase는 미국 중앙은행(Fed)으로부터 미국 내에서 자산규모로 5번째로 컸던 Bear Stearns의 긴급 구제 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창구로 선택 받았는데 이 기회를 활용해 결국에는 인수 결정을 내리며 Bear Stearns의 기관 대상 채권 거래, 자산 관리 부문의 강점을 흡수하며 투자은행의 역량을 키어왔다.



Credit Suisse First Boston(CSFB)는 1996년 스위스 대형 보험사 Winterthur Group과 2000년 미국의 Donaldson Rufkin & Jenrette(DLJ) 사들여 종합 금융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Winterthur Group 인수를 통해 얻은 보험 사업은 기존에 구축되어있던 은행 채널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CSFB는 전 세계 방카슈랑스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왔다.



그 결과 DLJ를 인수했을 당시 시장에서는 DLJ가 가진 강점인 고수익 채권 인수, 온라인 증권, 거래 중개 능력과 Credit Suisse의 자금력이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호황기에 접어드는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됐다. 당시 투자은행들 사이에서는 Big 4인 Goldmansachs, Merrill Lynch, Morgan Stanley, Citigroup을 따라잡기 위해 중대형 투자은행들의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위한 경쟁이 이어졌고, Credit Suisse의 DLJ 인수로 인해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Credit Suisse가 Big 4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전략 없이 오히려 급하게 무리한 몸집만 부풀렸던 전략은 결국 Credit Suisse의 기존 사업 역량과 성과를 악화시켰다. 인수 당시 큰 수익을 안겨줬던 보험 사업은 DLJ 인수 이후에는 손실이 확대 돼 2003년 생명보험과 비생명보험 사업에서 각각 15억 700만달러 2억 7700만달러 손실이 발생했다.



DLJ 인수를 통해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투자은행 사업에서도 주식발행과 채권발행 업무 순위는 6위로 전락했다. M&A 주관 업무도 11위로 6계단 떨어지자 결국에는 Winterthur를 AXA에 매각하고 투자은행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Credit Suisse의 M&A 전략이 기대와 달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지 못한 것은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의 경쟁 속에서 준비된 전략 없이 무리한 M&A를 추진한 것은 물론 합병 후에도 계열사와 사업 부문별 업무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997년 2월 Morgan Stanley와 Dean Witter Discover가 합병 했을 때에는 역사 상 최대 규모의 금융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됐다. 합병 당시 Morgan Stanley는 전 세계 부호들과 초대형 기업 등과 같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업에 강점을 지닌 기업이었던 반면, Dean Witter Discover는 소매 금융을 중심으로 한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신용카드 등 뮤추얼 펀드 관리에 특화돼 있었다.



당시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와 가까워지던 시기였기 때문에 연금, 노후 자금 마련과 관련된 상품 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었고, 글래스 스티걸 법이 점차 완화되는 과정에서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벽이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투자은행은 소매금융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왔다.



이 때문에 Merrill Lynch와 일부 대형 투자은행들은 소매금융 사업부를 개설했던 반면, Morgan Stanley는 Dean Witter Discover과의 합병을 통해 기존 고객층을 활용한 소매금융시장에 진출하고자 했다. Dean Witter Discover의 경우 Morgan Stanley가 투자은행으로서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신뢰도를 구축하고 투자 기법 등을 전수 받아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층을 확대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두 기업은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결국 결별했다. 합병 이후 Morgan Stanley의 기관투자자 지향 상품 공급과 Dean Witter의 소매고객 위주의 수요가 불일치(mismatch)되는 현상이 일어났고, 두 회사 간의 정보시스템(Information System)도 서로 호환되지 않아 공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특히 합병 이후에는 조직 문화에서도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었는데 Morgan Stanley 직원들의 경우 그동안 높은 연봉을 받고 최고의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과 본인들의 위치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져왔으나, Dean Witter의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아왔었고 각 직원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이어지는 등 서로 융화되지 못했다. 결국 기대했던 만큼 수익도 나지 않자 2005년 7월에는 대규모 임원 감축 및 구조조정이 실시됐고, 2009년에는 결국 Morgan Stanley로부터 Dean Witter가 분사됐다.



2006년 12월 Merrill Lynch는 Blackrock에게 자사의 자산운용 사업부인 Merrill Lynch Investment Managers(MLIM)을 넘기는 대신 Blackrock의 지분 49.8%를 인수받아 역량 전문화와 집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시 Blackrock의 운용자산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고 채권운용부문에서는 동종 상품 내 최고 수익률을 달성하며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오고 있었다.



Blackrock은 MLIM을 인수함에 따라 자산 규모 1조 달러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 월가에서는 MLIM의 뮤츄얼 펀드 운용에 대한 전문성, 영업력과 Blackrock의 기관투자자 대상 채권 전문 운용 능력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고 Merrill Lynch는 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대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두 기업은 분리·합병으로 인해 큰 효과를 누리게 된다. Blackrock은 MLIM과 합병으로 인해 주식 및 부동산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키어왔고 세계적 수준의 자산규모와 인적자원 또한 확보하게 되면서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합병 당시 1조원 수준이던 자산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꾸준히 증가하며 2조달러를 돌파했고, 이후 Barclays Global Investors를 인수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등 현재 자산 규모는 4조 달러를 돌파한 상황이다.



국내 증권회사는 위탁매매에서 발생한 브로커리지 수익에 여전히 의존도가 높은 상황으로 향후 생존과 자본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011년 증권회사의 전체 수수료 수익 중 70%를 차지하던 수탁수수료 수익은 60%까지 줄어들었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거래규모 감소에 기인하며 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는 현 시점에서 수탁수수료 기반의 수익구조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국내 증권사는 수익성 감소에 맞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고자 했으며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증권업계 종사자 수는 3만6000여명으로 2011년 대비 18% 가까이 감소했다. 그 결과 국내 증권업계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앞선 금융 선진국 기업들의 사례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M&A를 통한 사업역량 강화 및 구조 다변화 등을 이루고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의든 타의든 앞으로 국내 증권사 간에는 M&A가 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국내 증권업계 중 자기자본 기준 2위인 KDB대우증권이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KB금융, 미래에셋, 한국금융지주 가운데 어디로 인수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금융사를 중심으로 M&A와 민영화 사례를 볼 때 이업종보다는 동일업종에 매각하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업 간 합치는 경우도 미국처럼 시중은행과 증권사 간 경계선이 사실상 무너져 있을 경우 성공할 확률이 높으나 유럽처럼 분리돼 있을 경우에는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시중은행과 증권사 간 경계선은 유럽보다 더 확실하게 구분돼 ‘이분법 해소 문제가 금융업 발전에 최우선과제로 지적돼 왔다.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증권사를 두고 있으나 동반자적 관계보다 수직 계열화 관계로 시너지 효과가 예상과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 나타난 현실이다.



이번 매각대상인 KDB 대우증권의 경우 어느 쪽으로 합병되느냐에 자본시장을 포함한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방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KDB 대우증권은 외형상 산업은행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자본시장의 산 역사이자 증권인의 상징인 점을 감안할 때 국내 매수주체가 있는 상황에서는 외국자본에게 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산업은행은 ‘개발(deveolpment)’이라는 특수성보다는 시중은행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는 가운데 최고책임자를 비롯한 임원인사와 주요 업무 등에 정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KB 국민은행과는 차별화가 크지 않다. 또다른 매수주체인 국내 증권사가 있는 여건에서는 단순히 ‘공적자금 회수’라는 명목으로 동일업종에 넘길 경우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보다는 노조 반발 등 소속기관 이전에 따른 직간접 비용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KDB 대우증권을 매각할 때 한국 자본시장 발전과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키운다는 차원에서 보면 동종업계인 증권사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단순히 인수제시가격 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인수제시가격이 낮다 하더라도 우리 자본시장을 키우는데 적합한 업체로 인수된다면 그 가격의 몇 십 배에 해당할 외부경제 효과(external effect)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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