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간 200㎜ 넘는 폭우…산골 식수난 해소·산불예방에 '효자'
바닥 드러낸 보령댐 수위 12㎝ 상승…"100∼400㎜ 이상 더 필요"

서해상에 머무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주말 전국에 가을비 치곤 '제법 많은' 양이 내렸다.

산간에 최고 200㎜가 넘는 등 강원지역에 100㎜가 넘는 호우성 비가 쏟아졌고, 경상남북도에도 100㎜ 안팎의 많은 비가 내렸다.

가뭄이 심한 충청남북도에도 60∼70㎜가 내려 타는 대지를 모처럼 적셨다.

하루가 다르게 바닥을 드러내던 전국의 주요 댐과 저수지도 비다운 비 덕에 부족한 용수를 다소나마 보충했다.

계곡 등이 말라붙어 식수난을 겪던 산골마을은 물 고통에서 벗어났고, 산불 취약기를 맞아 비상근무에 돌입했던 산림당국도 당분간 긴장의 끈을 풀게 됐다.

그러나 중부지방의 극심한 가뭄을 해소하는 데는 아직도 여전히 부족했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서해 쪽에서 시작된 비가 점차 전국으로 확대돼 사흘 간 30∼200㎜ 안팎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가뭄이 극심한 충남지역은 오후 3시 현재 홍성 70㎜, 태안 63.5㎜, 청양 55.5㎜, 보령 45.4㎜, 세종 42㎜, 대전 33.5㎜의 비가 내렸다.

미시령 264.5㎜, 설악동 255.5㎜ 등 강원 산간에는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강릉 126.5㎜, 양양 106㎜, 삼척 99.5㎜ 영동지역에도 대지를 흠뻑 적실 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

반면 철원 39.5㎜, 홍천 39㎜, 춘천 37.3㎜, 원주 33.7㎜, 인제 32.5㎜ 등 강원 영서지역 강수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부산 88.5㎜를 비롯해 울산 45.1㎜, 대구 37.5㎜, 광주 31.8㎜, 여수 36.7㎜ 등 남부지방에도 사흘째 비가 이어졌다.

이번 비로 일부 지역은 다소나마 가뭄 걱정을 덜게 됐다.

물길이 메말랐던 강원도 속초의 쌍천과 충남 보령의 웅천천 등에는 다시 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바싹 말라 타들어가던 서산·태안의 육쪽마을 밭도 활력을 되찾았다.

서산시 인지면에서 육쪽마늘 농사를 짓는 조병국씨는 "이번 비가 마늘 뿌리를 깊게 박히게 해 건강하게 월동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모처럼 웃었다.

식수난을 겪던 산골 주민들도 고마운 단비에 얼굴빛이 환해졌다.

마을의 공동 급수시설인 계곡이나 지하수가 고갈되는 바람에 관할 시·군청 급수차량이 실어나르는 물을 받아먹던 산골마을이나 섬마을 중 일부는 이번 비로 물고통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급수차량이 운반하는 물을 받아먹는 마을은 인천 14곳, 강원 4곳, 충북 3곳, 경북 3곳, 전북 1곳이다.

충북 옥천군상수도사업소의 김희종 계장은 "가을비 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어서 운반급수를 받던 안내면 답양리 등 산골마을이 당분간 자체급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산시도 식수원인 회야댐과 공업용수를 대주는 대암댐 수위가 급락하는 바람에 낙동강 물을 비상급수하는 등 용수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번 비로 물 부족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내일(9일)까지 10㎜ 안팎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가뭄이 부분 해갈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곤두박질하던 전국 주요 댐의 수위도 상승했다.

소양강댐 수위는 이날 오전 167.49m로 이틀 새 6㎝ 높아졌다.

대청댐과 충주댐도 각각 64.44m, 125.10m로 사흘 전보다 2∼4㎝ 올라섰다.

특히 저수율이 10%대로 떨어져 제한급수에 돌입한 보령댐의 수위는 57.26m로 사흘 만에 무려 12㎝나 상승했다.

이 댐은 바닥을 드러내며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졌으나 빗물이 흘러들어 고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뭄에서 벗어나기에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번 비로 용수공급 '심각' 단계인 보령댐에 20만t, '경계' 단계인 대청댐에 100만t의 물이 들어온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댐이 가뭄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각각 5천300만t과 7억5천200만t을 더 모아야 한다.

올해 1월부터 이달 3일까지 전국의 누적 강수량(780.4㎜)은 평년(1천242.9㎜) 대비 62% 수준이다.

부족한 강수량이 462.5㎜에 이른다.

이번 비는 대부분 지역에서 부족 강수량의 10% 수준을 채우는 데 그쳤다.

강원 영서지역은 적어도 100㎜ 이상의 비가 내려야 어느 정도 해갈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역 기상청은 밝혔다.

충북도 관계자는 "이번 비가 물 부족에 시달리던 산간마을 등의 식수원 확보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댐과 저수지 등에서 부족한 용수를 가두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기상청은 9일 오전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2∼4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원 영동에 최고 40㎜, 그 밖의 지역은 5∼10㎜의 비가 더 내린 뒤 낮부터 대부분 그치겠다"고 예보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