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이 이득' 각인할 1.5트랙 필요…"한일언론 인터넷 정보검증"

3년여 만의 한일 정상회담으로 한일관계가 정상화의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국민 간 깊이 팬 감정의 골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외교부가 삼정KPMG에 의뢰해 작성한 '한국 이미지 조사 및 공공외교 중장기 전략 수립' 보고서는 한일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일본 내 혐한(嫌韓) 기류의 재생산을 막을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일관계에 대한 인식을 '치킨게임'에서 '사슴사냥 게임'(사슴을 잡고자 한다면 협력해야 한다는 이론)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제언이다.

8일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삼정KPMG의 설문에 응한 일본인 3명 중 1명은 한국에 부정적 이미지를 갖는 이유로 한국의 반일(反日) 정서나 활동 등을 꼽았다.

이런 감정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먼저 양보하는 쪽이 지는 게 아니라 협력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의 반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역사·영토 등 양국의 난제를 공동 연구하는 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반관반민(1.5트랙) 차원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이 좋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양국 학자들의 참여로 1·2기 보고서가 나왔던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의 후속 프로젝트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혐한 감정이 재생산되는 공간인 인터넷의 왜곡·편향된 정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한국을 접하는 일본인일수록 혐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을 아는 데 인터넷이 가장 효과가 높다고 응답한 계층의 한국 혐오도는 83.1%로, 조사 대상 중 가장 높았을 뿐만 아니라 일본 평균(59.7%)을 크게 웃돌았다.

보고서는 "인터넷상에서 유통되는 '한국 때리기' 목적의 왜곡된 정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일본 주류 미디어와 협력해 공신력 있는 정보를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나온 것이 한일 언론의 '협업적 필터링' 체계 구축이다.

한일 언론이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검증할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정보 습득률이 월등히 높은 20대 대학생에 대해 한일 학생들의 직접교류 등을 통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일본국제협력단(JICA)의 연계를 통한 한일 대학생의 합동 해외봉사, 한국 유학 경험이 있는 이른바 '한국 동문들'(Korea Alumni) 커뮤니티 구축 등을 사례로 들었다.

한편, 보고서는 미국·중국·러시아 등 다른 한반도 주변 4강의 한국 인식 개선을 위한 공공외교 전략도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미국 국민에게는 한국 인지도를 높일 프로그램이, 중국에서는 '한국이 중국의 역사를 베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적극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달 말 외교부가 개최한 '공공외교의 날' 행사에서 공개됐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