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경기도, 아시아 첫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 착수
서울시와 경기도가 내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민간 사업자에게 공공복지사업을 위탁해 성과를 낸 사업에만 인센티브(예산)를 제공하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을 시작한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현황과 발전과제 국제 세미나’를 열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영국 프랑스 호주 등의 SIB 담당자를 초청해 해외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SIB는 민간 운영업체가 범죄 빈곤 교육 문화 등의 복지사업을 벌여 약속한 목표를 달성하면 정부로부터 사업비와 성과급을 돌려받고 실패하면 원금을 날리는 금융기법이다. 사업자금은 운영업체가 정부와 맺은 약정을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해 마련한다. 복지수요가 늘어나면서 재정부족에 시달리는 정부의 고민을 덜어주는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2010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돼 5년 만에 전 세계 11개국, 45개 프로젝트로 확대됐다.

서울시는 1호 SIB로 그룹홈(소외계층 자녀 5~7명을 묶어 관리인 보호 아래 거주하는 제도)에서 생활하면서 지능지수가 71~84 사이인 아동 및 청소년의 학습능력과 사회성을 높이는 사업을 선정했다. 운영기관으로 팬임팩트코리아를 선정하고 11억1000만원 규모로 투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지능이 평균치보다 낮은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15배 높지만 사전에 적절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면 이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서울시는 수급자 1인당 평균 16.7년 동안 연 892만원을 지급한다.

발표자로 나선 홍우석 서울시 가족담당관은 “사업기간 3년 동안 32명이 수급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면 서울시는 사업비와 성과급을 내고도 37억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1호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내년 하반기께 복지와 환경 부문에서 1~2건의 사업을 추가로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내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 800명에게 일자리를 주선해 수급대상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해봄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해봄프로젝트 운영기관이 운영자금 15억5000만원을 지원해 2년 동안 참여자의 20% 이상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면 운영자금과 20%(2억2000만원)의 성과금을 돌려받는 구조다. 김희연 경기복지재단 실장은 “사업이 성공하면 9억6000만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해봄프로젝트’의 성과가 입증되면 경기도 복지사업 전 분야에 SIB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SIB를 먼저 도입한 선진국 담당자들로부터 직접 성공 비결을 듣는 자리도 마련됐다. 엠마 톰킨슨 호주 정부 SIB 정책자문관은 “2012년 6월 말 소외가정 아동의 가정복귀율을 높이기 위해 7억호주달러(약 6100억원) 규모로 시행한 뉴핀 SIB가 성공해 주정부는 약 9500만호주달러(약 770억원)를 아끼고 투자자들은 연 7.5%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SIB 운용사로 현재 8개의 프로그램을 추가로 운영하는 영국 브릿지스벤처스의 클래라 바비 파트너는 “교육에 투자해 잠재실업률과 범죄율을 줄이는 사례들처럼 SIB는 예방적인 사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효과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