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한옥마을, 밤엔 야시장…관광객 발길 따라 전주 상권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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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난 전주 경제
노인 쉼터서 청년 놀이터 변신…한옥마을 상점, 5년새 300개↑
땅값도 3.3㎡당 800만원 올라
인근 전통시장도 주말 '인산인해'…칵테일바 등 이색 점포 많아
일부선 과도한 상업화 우려…"슬로시티 정체성 간직해야"
노인 쉼터서 청년 놀이터 변신…한옥마을 상점, 5년새 300개↑
땅값도 3.3㎡당 800만원 올라
인근 전통시장도 주말 '인산인해'…칵테일바 등 이색 점포 많아
일부선 과도한 상업화 우려…"슬로시티 정체성 간직해야"
전주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지역 경제에 볕이 들었다. 전주 중심 관광지인 한옥마을 상권은 몇 년 새 몰라보게 달라졌다. 식당은 물론 카페, 게스트하우스가 줄줄이 들어섰다. 먹거리와 숙박업소뿐만 아니다. 몇 년 전부터는 젊은 층에서 ‘한복 입고 한옥마을 관광하기’가 유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복 대여점도 늘었다. 상권이 활성화하면서 5년 새 이 지역 땅값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상권 활성화는 전주 남부시장 등 인근 상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급증한 한옥마을 상점
한옥마을 중심 거리인 태조로에는 꼬치, 만두, 크로켓 등 이른바 ‘한 손 먹거리’ 가게부터 칼국수, 콩나물국밥, 떡갈비 등 전통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평일에도 몇몇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광경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옥마을 안에 있는 떡갈비 식당인 ‘에루화’의 조문규 대표는 “2012년 한옥마을에 지점을 냈을 때만 해도 관광객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평일엔 150~200명, 주말에는 최대 600명 정도 손님을 받는다”며 “올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지역 관광이 위축됐고, 한옥마을에 군것질거리를 파는 가게가 늘어 타격을 받은 점을 감안해도 몇 년 전에 비하면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옥숙박체험시설 청명헌의 김경옥 실장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옥마을은 어르신들이 모여 바둑을 두는 한가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젊은 관광객들로 활기가 돈다”며 “지난해 한창 숙박 문의가 쏟아질 때는 늘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손님이 몰리자 자연히 상점 수가 늘었다. 2000년 50개였던 한옥마을 내 상점 수는 2010년 181개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487개까지 증가했다. 5년 전만 해도 태조로를 중심으로 들어섰던 상점들이 나무가 가지를 뻗듯 골목골목으로 퍼졌다.
식·음료 시설과 숙박시설 증가세가 뚜렷하다. 전주문화재단이 올초 발표한 ‘전주 한옥마을 문화·상업시설 조사’에 따르면, 2013년(5월 기준)에 견줘 2014년(11월 기준) 식·음료시설은 81곳에서 142곳으로 61곳(75.3%) 늘었다. 숙박시설은 81곳에서 133곳으로 52곳(64.2%) 늘었다.
부동산 가격도 올랐다. 2010년 이전만 해도 3.3㎡당 1000만원 이하였던 한옥마을 내 땅값은 지난해 1800만원까지 올랐다는 게 주변 부동산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옥마을에서 전북특산품공예관을 운영하는 노영임 대표는 “13년 전엔 보증금 4000만원, 월세 60만원에 30평 가게를 임차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15평 가게를 운영하는 데도 임차료 부담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한옥마을 주변 상권에도 온기
한옥마을에 집중됐던 관광객은 전주의 다른 상권으로도 퍼지고 있다. 전주 남부시장이 대표적이다. 여느 전통시장이 그렇듯 남부시장도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눌려 십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남부시장은 한옥마을과 걸어서 10분 거리라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시장의 개성을 살린 야시장과 청년몰을 운영하며 활력을 찾았다.
남부시장 야시장은 지난해 10월 시작해 지난달 30일 개장 1주년을 맞았다. 야시장이 열리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남부시장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겨울철엔 오후 5~10시, 여름철엔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야시장이 선다. 남부시장을 가로지르는 중심 거리엔 간이점포가 늘어선다. 컵국수와 생과일, 막걸리 같은 먹거리부터 디자인 소품같은 볼거리도 갖췄다.
전주시 전통시장육성지원사무소와 남부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최근 야시장이 열리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이면 하루평균 8500여명이 남부시장에 다녀간다. 한옥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저녁 시간 특색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 결과다.
남부시장 2층에 있는 청년몰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했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구호 아래 모인 청년들이 각자 특색 있는 음식과 상품을 파는 곳이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30여개 점포가 들어섰다. 수제 액세서리점, 빈티지 의류점, 멕시칸 요리점, 칵테일바 등 기존 전통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가게가 많다. 청년몰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카페나비 직원인 이은진 씨는 “방학 때 대학생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주말에는 30명 정도 수용 가능한 카페가 꽉 찰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주의 색깔 유지해야”
전주지역 상업화가 가속화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옛도심이 번성해 집값과 임대료가 올라 기존 주민이 주택가나 상권에서 쫓겨나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전주가 지닌 전통적 아름다움이나 고즈넉함이 사라졌다는 우려도 있다.
한옥마을공인중개사의 강효진 대표는 “한옥마을이 소위 말해 ‘뜨면서’ 많은 수공예공방이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어 점포를 팔고 나갔다”며 “그 자리들에 꼬치집 상점 등이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송명성 전주슬로시티 사무국장은 “한옥마을이 상업화됐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옥마을 분위기를 지키기 위해 각 가게에서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옥마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던 꼬치 가게에서는 지난해부터 꼬치를 굽는 곳과 환풍구를 강화유리로 막았다. 연기와 냄새가 한옥마을의 분위기를 망친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송 국장은 “전주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 관심이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게 관건”이라며 “전주의 색을 간직한 채 발전할 수 있도록 민간차원에서도 자율적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주=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급증한 한옥마을 상점
한옥마을 중심 거리인 태조로에는 꼬치, 만두, 크로켓 등 이른바 ‘한 손 먹거리’ 가게부터 칼국수, 콩나물국밥, 떡갈비 등 전통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평일에도 몇몇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광경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옥마을 안에 있는 떡갈비 식당인 ‘에루화’의 조문규 대표는 “2012년 한옥마을에 지점을 냈을 때만 해도 관광객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평일엔 150~200명, 주말에는 최대 600명 정도 손님을 받는다”며 “올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지역 관광이 위축됐고, 한옥마을에 군것질거리를 파는 가게가 늘어 타격을 받은 점을 감안해도 몇 년 전에 비하면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옥숙박체험시설 청명헌의 김경옥 실장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옥마을은 어르신들이 모여 바둑을 두는 한가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젊은 관광객들로 활기가 돈다”며 “지난해 한창 숙박 문의가 쏟아질 때는 늘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손님이 몰리자 자연히 상점 수가 늘었다. 2000년 50개였던 한옥마을 내 상점 수는 2010년 181개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487개까지 증가했다. 5년 전만 해도 태조로를 중심으로 들어섰던 상점들이 나무가 가지를 뻗듯 골목골목으로 퍼졌다.
식·음료 시설과 숙박시설 증가세가 뚜렷하다. 전주문화재단이 올초 발표한 ‘전주 한옥마을 문화·상업시설 조사’에 따르면, 2013년(5월 기준)에 견줘 2014년(11월 기준) 식·음료시설은 81곳에서 142곳으로 61곳(75.3%) 늘었다. 숙박시설은 81곳에서 133곳으로 52곳(64.2%) 늘었다.
부동산 가격도 올랐다. 2010년 이전만 해도 3.3㎡당 1000만원 이하였던 한옥마을 내 땅값은 지난해 1800만원까지 올랐다는 게 주변 부동산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옥마을에서 전북특산품공예관을 운영하는 노영임 대표는 “13년 전엔 보증금 4000만원, 월세 60만원에 30평 가게를 임차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15평 가게를 운영하는 데도 임차료 부담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한옥마을 주변 상권에도 온기
한옥마을에 집중됐던 관광객은 전주의 다른 상권으로도 퍼지고 있다. 전주 남부시장이 대표적이다. 여느 전통시장이 그렇듯 남부시장도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눌려 십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남부시장은 한옥마을과 걸어서 10분 거리라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시장의 개성을 살린 야시장과 청년몰을 운영하며 활력을 찾았다.
남부시장 야시장은 지난해 10월 시작해 지난달 30일 개장 1주년을 맞았다. 야시장이 열리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남부시장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겨울철엔 오후 5~10시, 여름철엔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야시장이 선다. 남부시장을 가로지르는 중심 거리엔 간이점포가 늘어선다. 컵국수와 생과일, 막걸리 같은 먹거리부터 디자인 소품같은 볼거리도 갖췄다.
전주시 전통시장육성지원사무소와 남부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최근 야시장이 열리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이면 하루평균 8500여명이 남부시장에 다녀간다. 한옥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저녁 시간 특색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 결과다.
남부시장 2층에 있는 청년몰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했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구호 아래 모인 청년들이 각자 특색 있는 음식과 상품을 파는 곳이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30여개 점포가 들어섰다. 수제 액세서리점, 빈티지 의류점, 멕시칸 요리점, 칵테일바 등 기존 전통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가게가 많다. 청년몰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카페나비 직원인 이은진 씨는 “방학 때 대학생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주말에는 30명 정도 수용 가능한 카페가 꽉 찰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주의 색깔 유지해야”
전주지역 상업화가 가속화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옛도심이 번성해 집값과 임대료가 올라 기존 주민이 주택가나 상권에서 쫓겨나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전주가 지닌 전통적 아름다움이나 고즈넉함이 사라졌다는 우려도 있다.
한옥마을공인중개사의 강효진 대표는 “한옥마을이 소위 말해 ‘뜨면서’ 많은 수공예공방이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어 점포를 팔고 나갔다”며 “그 자리들에 꼬치집 상점 등이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송명성 전주슬로시티 사무국장은 “한옥마을이 상업화됐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옥마을 분위기를 지키기 위해 각 가게에서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옥마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던 꼬치 가게에서는 지난해부터 꼬치를 굽는 곳과 환풍구를 강화유리로 막았다. 연기와 냄새가 한옥마을의 분위기를 망친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송 국장은 “전주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 관심이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게 관건”이라며 “전주의 색을 간직한 채 발전할 수 있도록 민간차원에서도 자율적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주=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