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상대 전 검찰총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수남 후보자
왼쪽부터 한상대 전 검찰총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수남 후보자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총장 후보자 4명을 추천한 지 이틀 만에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전격 내정되면서 청와대와 상당 수준 사전조율이 진행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법조계에선 “이미 예고된 검찰총장 후보였다”는 말까지 나온다. 검찰총장이 되기 위한 조건은 뭘까. 김 내정자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총장 9명 등 총 10명의 프로필을 비교 분석해봤다.

우선 최종 후보로 낙점될 당시 직책을 보면 서울고검장 출신(김진태, 채동욱, 김종빈)이 3명으로 가장 유리했다. 다음으로 대검차장(김수남·정상명)이 2명, 서울중앙지검장(한상대)과 법무연수원장(임채진), 대전(김준규)·대구(송광수) 고검장, 법무차관(김각영)이 1명씩이었다.

[Law&Biz] 공안 → 기획 → 특수…정권 따라 바뀐 검찰총장 '인기 스펙'
전공분야를 보면 기업이나 정치권의 대형비리 수사경험이 풍부한 ‘특수통’이 최근 들어 잇따라 발탁되고 있다. 김 후보자도 채동욱-김진태 총장의 ‘정통 칼잡이’ 계보를 잇고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폐지되기 이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수사기획관 등을 역임하면서 탁월한 ‘칼솜씨’를 뽐냈다. 김 후보자는 중수부 시절 3과장을 지냈고, 현재 수사기획관을 대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꿰차 일찌감치 총장 후보 물망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획통’ 출신이 총장 바통을 주고받았다. 임채진 전 총장은 법무부 검찰 1~4과를 섭렵한 뒤 검찰국장까지 역임했고 그 뒤를 이은 김준규, 한상대 전 총장도 법무실장을 지내는 등 법무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대검 공안부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취임 4개월 만에 옷을 벗은 김각영 전 총장 이후 ‘공안통’은 좀체 찾기 힘들어졌다.

대통령과의 ‘궁합’도 맞아야 한다. 검찰총장이라는 직책은 대통령이 수반인 행정부 소속의 한 기관장이기 때문에 ‘코드인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채동욱(서울), 김진태(경남 진주) 총장의 출신과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시기 등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 TK(대구·경북) 출신이 유리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후보추천위는 4명 후보 중 2명을 TK 출신(김 후보자는 대구,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경북 청도)으로 추천했다. 한상대 전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나온 고려대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이 컸고, 정상명 전 총장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7기)라는 게 강점으로 작용했다.

언론과의 원만한 관계는 플러스 알파로 작용할 수 있다. 김 후보자는 법무부에서 지금의 대변인 격인 정책홍보관리관을 지냈다. 대변인 출신 총장후보는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언론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대(對)언론 관계를 책임지는 대변인 출신에게 가점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중요 변수에 운(運)을 빼놓을 수 없다. 검찰총장이라고 100% 실력에 좌우되진 않는다는 얘기다. 김 후보자는 마침 수원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터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무난하게 처리한 것이 청와대의 신임을 얻게 된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수원지검장으로 있을 때 여간첩 원정화 사건 수사 결과를 직접 발표해 청와대의 눈에 띈 과정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천 전 후보자는 이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후보까지 승승장구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하루 만에 ‘스폰서 의혹’을 받고 낙마했다. 김 후보자의 운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10명 총장(후보)의 출신 학교는 서울대 법대가 7명, 고려대 법대가 3명이며 임명 당시 평균 나이는 55.6세였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