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영상 측정 전자제품 검사장비 업계 세계 1위 고영 주가가 코스닥지수 700선 붕괴와 함께 3개월째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30% 이상 하락하면서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고영, 의료용 로봇주로 변신 성공할까
○스마트폰 검사장비 부진에 발목

2일 고영은 전 거래일 대비 1.05%(350원) 상승한 3만3600원에 장을 마쳤다. 작년 말 4만원 선을 뚫으며 본격적인 상승세를 달렸지만 중국발 악재가 닥친 8월 이후 다시 4만원 선 밑으로 떨어졌다. 현 주가는 1월29일 연중 고점(4만8750원) 대비 31.07% 하락한 수준이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2063억원가량 증발했다.

고영은 세계 최초 3D 영상 측정기술에 기반한 전자제품 검사장비 업체다. 주력상품은 스마트폰 등의 인쇄회로기판(PCB)에 납을 칠하는 과정에서 불량을 검사하는 납 도포 검사장비(SPI)와 기판 위 제품이 제 위치에 부착됐는지를 검사하는 부품실장검사기(AOI)다. 고영은 전 세계 SPI 시장(연 2000억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일본과 독일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2차원(2D) AOI 시장(연간 4000억~5000억원)의 20%가량을 3D로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휴대폰 등 전방산업의 실적 둔화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황인준 고영 전무는 “스마트폰 부진으로 부품업체들의 자동화검사장비 투자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스마트폰 매출 비중이 40%에서 30% 이하로 감소한 게 실적 저하로 이어졌다”며 “대신 자동차 전자장비화 쪽 매출 비중이 20%에서 30%로 증가해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꺾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1480억원,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한 268억원으로 전망한다”며 “단기 눈높이는 낮춰야 하지만 장기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투자는 유망하다”고 말했다.

○기술력 인정 받아…외국인 지분 40%

회사 측은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황 전무는 “자동차 전장 관련 AOI 실적 호조로 내년 매출은 올해보다 두 자릿수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새로 출시되는 전자제품 외관검사장비도 매출 증가에 기여할 것이란 설명이다. 3D 영상 측정 기술을 이용해 전자제품 외관을 검사하는 장비로 휴대폰, 냉장고, TV 등 다양한 전자제품의 검사 영역으로 확대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고영의 의료용 로봇 진출 사업 성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고영은 3D 영상 기술로 의사가 직접 보지 못하는 뇌 속 환경을 표시해 주는 뇌수술용 내비게이션 센서를 개발 중이다. 내년 말 승인을 거친 뒤 2017년 판매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규 시장인 만큼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연간 최소 50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관종 프렌드투자자문 대표는 “영국, 일본 등에서 로봇관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고영처럼 기술력을 가진 기업의 장기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대주주 지분이 20% 미만에 그치고 있는 점은 향후 성장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광일 대표의 지분(15.45%)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18.83%다. 향후 설비투자 등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경우 대주주 지분이 희석되는 유상증자 같은 방법을 쓰기가 어려울 수 있다. 올해 배당액은 작년(주당 300원)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