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협재바다 - 장석주(1955~)
푸른 일획(一劃)이다
이 세상 다시 오면
여기를 가장 먼저 달려와 보고 싶다
아련한 가을비 속에
죽은 고모 이마보다
찬 바다!

시집 《몽해항로》 민음사 中


수평선을 푸른 일획이라고 고쳐 부르는 데에는 어떤 부연 설명도 필요 없습니다. 하늘과 지상을 가르는 그 일획의 수평선이 떠올리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죽은 고모의 차가운 이마입니다. 그러나 가을비 오는 날 차가운 협재바다를 느끼는 시인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 보이네요. 이 세상 다시 오면 가장 먼저 달려와 보고 싶다 말할 만큼 말이지요. 이별의 아픔을 견딜 때야말로 가장 뜨거운 심장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이별에 맞서 당당하게 슬퍼할 줄 아는 자세. 푸른 가슴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기주 < 시인 (2013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