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비금융 자회사 91곳 지분 판다…KAI·한국GM 등 내년부터 단계 매각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보유한 비금융 자회사 지분이 앞으로 3년간 단계적으로 매각된다. 매각 대상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국GM, 대우조선해양, KT&G 지분도 포함된다.

금융위원회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은행·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산업은행은 비금융 자회사 91곳에 대한 지분을 내년부터 매각한다. 중소·벤처 자회사 100곳 중 5년 이상 투자한 86곳은 내년부터 3년간, 출자전환으로 지분을 보유한 회사 16곳 중 대우조선해양 등 정상기업 5곳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팔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비금융 자회사를 대거 매각하는 것은 관리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자회사에서 잇따라 부실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수주를 잘못해 올 3분기까지 4조3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데 대해 지분 31.5%를 보유한 대주주 산업은행의 관리 책임론을 집중 거론했다.

산업은행이 5년 이상 투자한 비상장 중소·벤처 자회사 86곳은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매각하기로 했다. 해당 기업 대주주에게 매각하는 방안과 인수합병(M&A)을 통한 매각도 동시에 진행한다. 투자기간이 5년 이내인 중소·벤처 자회사 14곳은 투자기간이 5년을 넘어가면 매각을 추진한다.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으로 지분을 획득한 기업 16곳 중 정상기업으로 분류된 5곳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판다. 대우조선해양, KAI(지분율 26.75%), 한국GM(17.02%), 아진피앤피(18.25%), 원일티엔아이(16.7%) 등 5곳이다. STX조선해양, 동부제철 등 나머지 11곳은 구조조정 종료시점을 고려해 매각한다.

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KT&G 지분 7.55%와 수출입은행의 성동조선해양(51.4%) 및 대선조선(67.27%) 지분도 3년 내 매각 추진 대상이다.

산업은행은 또 외부 전문가가 투입된 자회사관리위원회를 설립해 비금융 자회사에 대한 취득-관리-매각의 모든 과정을 관리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산업은행 등의 원활한 자회사 매각을 위해 매각 대금이 장부가액에 미달하더라도 매각 과정에서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또 앞으로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의 자회사 재취업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금융계 한편에서는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아 계획대로 비금융 자회사 매각이 성사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KAI는 앞서 두 차례 매각에서 유찰된 바 있고, 한국GM은 GM 본사의 국내사업 철수 우려 등을 고려할 때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김일규/박동휘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