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강풍 뚫고 '굿샷'…단독선두 도약
세계 톱랭커들이 강풍에 줄줄이 무너진 가운데 김세영(21·미래에셋·사진)이 견고한 샷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3승 전망을 밝혔다. 김세영은 30일 중국 하이난섬 지안레이크블루베이GC(파72·6778야드)에서 열린 블루베이LPGA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꾸며 이븐파 72타를 쳤다. 합계 2언더파 142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캔디 쿵(대만) 등을 1타 차로 제치고 단독 선두로 나섰다. 박인비는 예상치 못한 손가락 부상으로 기권해 세계 정상 탈환에 빨간불이 켜졌다.

○탄도 낮은 샷으로 강풍 공략

지안레이크블루베이 코스는 올해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열렸던 턴베리 코스를 떠올리게 했다. 1라운드에 이어 이날도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거센 강풍이 불면서 많은 선수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홀 위치도 까다로워 선수들은 퍼팅에 애를 먹었다. 대회에 출전한 80명의 선수 가운데 1~2라운드 합계 언더파를 지킨 선수는 김세영을 포함해 5명뿐이었다.

김세영의 샷은 강풍에 흔들리지 않았다. 김세영은 강인한 하체 힘과 타고난 유연성을 바탕으로 몸통 회전을 최대한 활용하는 ‘보디턴스윙’을 한다. 보디턴스윙은 팔의 힘을 이용한 스윙보다 탄도가 낮은 게 특징이다.

김세영은 이날 1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만회했다. 이후 견고한 샷과 과감한 퍼팅을 앞세워 타수를 지켰다. 17번홀(파3)에서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쳤지만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기분좋게 라운드를 끝냈다. 김세영은 지난 4월 롯데챔피언십 이후 6개월여 만에 LPGA 3승을 노린다. 전날 장염 증세로 기권한 김효주(20·롯데)를 따돌리고 신인왕 굳히기에 들어갔다.

○박인비, 손가락 부상으로 기권

전날 1라운드에서 3오버파 75타를 친 박인비는 왼쪽 가운뎃손가락 통증으로 기권했다. 박인비는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일단 휴식을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인비는 세계랭킹과 올해 LPGA투어 상금, ‘올해의 선수’ 포인트, 평균 타수 부문에서 모두 리디아 고(18·뉴질랜드)에 이어 간발의 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주 스폰서가 주최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에 나서느라 LPGA에 출전하지 못한 박인비는 2주 연속 대회를 치르지 못하면서 리디아 고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다. 이 대회를 빼면 올해 남은 대회는 3개뿐이어서 박인비로서는 주요 순위에서 리디아 고를 추격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박인비는 11월6일 일본에서 개막하는 토토재팬클래식에는 출전하지 않을 계획이었고, 이후 멕시코에서 열리는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과 시즌 최종전 CME그룹투어챔피언십에는 나갈 예정이다.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은 다음달 12일에 시작하기 때문에 박인비는 2주간 쉬면서 부상을 치료할 수 있다.

세계 1위 리디아 고는 이틀 연속 부진했다. 전날 초반 4개홀에서만 5타를 잃는 등 5오버파로 경기를 마친 리디아 고는 이날도 3타를 잃으며 합계 8오버파 152타를 기록,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리디아 고는 최근 5개 대회에서 3승과 함께 공동 2위, 공동 4위에 오르는 등 매서운 샷감을 과시했지만 이날은 강풍에 샷이 흔들리면서 5번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적어내는 등 좀처럼 타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선두와는 9타 차다.

강풍과 까다로운 코스에 악몽의 라운드를 마친 선수는 리디아 고뿐만이 아니다. 전날 단독 선두였던 린시 위(중국)는 5타를 잃고 합계 이븐파 공동 5위로 떨어졌다. 최근 부활 조짐을 보이던 청야니도 이날 6오버파를 치면서 합계 8오버파 152타로 부진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