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사제들' 개봉 앞둔 강동원
라틴어 배우려 신부들과 닷새간 동고동락
2010년 '의형제' 촬영 때 프로라고 확신
데뷔 13년차…연기, 더 깊이 파고들 것
훤칠한 키와 조각 같은 얼굴의 강동원(34·사진)은 스크린에서 시공을 초월해 변신했다. 시간과 선악을 넘나드는 배역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다음달 5일 개봉하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에선 악령에 씐 소녀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신부 최부제 역을 맡았다. ‘한국판 엑소시스트’라 불리는 이 작품은 천주교에서 비밀리에 행하는 구마의식(사령을 쫓는 의식)을 무서운 공포물이 아니라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물로 연출했다.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완성작을 신나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무거운 소재지만 밝고 경쾌하게 그려냈어요. 관객들도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처음부터 관객을 놀라게 하는 공포영화로는 절대 만들지 말자고 감독과 다짐했습니다. 소재는 ‘오컬트 영화’(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악령을 다룬 공포영화)와 비슷하지만 B급 공포물이 아니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업영화로 제작했습니다. 재미를 주고, 결말도 관객을 배려했죠.”
최부제는 뛰어난 능력에도 신학교에서 사고뭉치로 통하는 사제다. 김 신부(김윤석)를 도우면서도 끊임없이 의심한다. 하이라이트는 한국영화 최초로 구현한 구마의식이다.
“‘엑소시스트’와 비슷한 구마의식을 하지만 되도록 다르게 표현하려 했습니다. 극중 빛과 소금, 십자가, 향 등을 성물로 써서 의식을 진행합니다. 모두 창작한 거죠.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구마의식을 하는 사제가 세계 70여개국에 모두 300여명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바티칸이 사제들에게 구마의식을 교육하기도 한다고 해요.”
극중에서 신부들은 한국어뿐 아니라 라틴어, 중국어, 영어로도 기도한다. 이 때문에 그는 틈나는 대로 녹음기를 틀어놓고 라틴어 기도를 들었고 촬영 현장에서도 틈틈이 라틴어 대사를 외웠다고 했다.
“라틴어를 공부하기 위해 신부님들과 닷새 정도 함께 보냈습니다. 사제들이 7개 국어를 배우는 데 놀랐습니다. 신앙심만으로 신부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제 캐릭터를 연구하느라 신부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그 자체로 정화되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절대 신부가 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그런 희생정신이 없거든요.”
그는 신들린 소녀 역을 연기한 박소담(24)이 20대 젊은 나이에도 벌써 배우를 직업으로 여기더라고 했다. “‘(박소담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라 뭔가 다른 걸까’란 생각도 해봤어요. 저는 초기에 배우가 과연 제 직업일까 고민했거든요. 배우가 적성에는 맞지만 저 자신이 프로라고 여긴 시점, 즉 작품 전체에 대해 책임감을 확실히 느끼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의형제’부터였어요.”
김 신부 역 김윤석과는 ‘전우치’ 이후 6년 만의 재회다. 그 사이 자신의 연기는 얼마나 늘었을까. “예전보다 많이 편해졌어요. 당시에는 상상한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머릿속에서 디자인한 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더 깊이 파고드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죠.”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