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렸던 영국 경제가 정상궤도를 찾고 있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경제성장률이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앞질렀고, 선진 주요 7개국(G7) 가운데서도 미국 다음으로 높다.

고용률은 197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실업률은 7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를 6년째 연 0.5%에 묶어둔 영국중앙은행(BOE)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정도다. 금융가인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을 주축으로 금융산업 의존도가 높았던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때 연간 경제성장률이 -6%까지 뒷걸음질 쳤고 대량 실업 등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보수당 정부의 개혁 효과

영국 경제가 회복세를 넘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 배경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의 개혁 조치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영국 국민들이 긴축재정에 따른 고통 속에서도 지난 5월 총선거에서 보수당 정부에 단독 과반 의석을 몰아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5년간 캐머런 정부가 이뤄낸 성과를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다는 뜻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각종 수치를 보면 영국 유권자들의 기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달 영국 통계청(ONS)이 발표한 2분기 GDP 증가율은 0.7%였다. 같은 기간 유로존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프랑스(0.0%) 독일(0.4%)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ONS는 이달 초 “영국은 G7 가운데 지난 2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했으며 올해도 그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으며 내년에도 2.3%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용 시장은 열기마저 느껴진다. 3분기 취업자(16~64세)는 전 분기보다 177만명 늘어난 3112만명, 고용률은 73.6%에 달했다. 고용률 통계를 낸 지 44년 만에 가장 좋은 기록이다. 실업률은 5.4%로 7년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실질소득도 많아졌다. 지난 6월까지 1년간 3.7% 늘어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허리띠 더욱 졸라매겠다”

저성장의 수렁에 빠져 있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부러움의 시선으로 영국을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영국은 아직 멀었다는 반응이다. 캐머런 총리는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까지 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을 0%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보수당 정부는 2009회계연도 1535억파운드(약 270조5000억원)에 달했던 재정적자를 올해 9월 463억파운드까지 줄이면서 GDP 대비 재정적자를 4.9%로 떨어뜨렸다. 그런데도 앞으로 5년 안에 균형재정을 이루겠다며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것이다. 보수당 정부가 목표를 달성하면 18년 만에 나라살림을 흑자로 만들게 된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위기를 보라. 국가가 빚을 통제하지 못하면 빚이 국가를 통제한다”며 강도 높은 긴축 의지를 강조했다.

영국은 복지 혜택과 공무원을 줄이는 대신 ‘작은 정부’를 통해 시장 기능을 활성화하고 세금 감면 등으로 경제 활동을 촉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부가 내놓은 대대적인 개혁 조치들은 복지 혜택 축소 등이 포함돼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하지만 여론이 놀라울 정도로 잠잠하고 의회에 대한 여론도 악화하지 않았다”며 영국 국민들의 암묵적 지지를 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