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CFO 리포트] "삼성 CFO는 '힘있는' 넘버2"…권한 집중된 만큼 일도 많아
삼성그룹은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매사 빈틈이 없고 일처리도 그만큼 꼼꼼하다는 의미에서다. 이런 꼼꼼함이 자리 잡기까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컸다. 방대한 조직을 총괄하며 상품 개발이나 영업능력을 극대화하도록 뒷받침하는 사람들이 CFO다. 맡고 있는 업무가 많다 보니 권한이 쏠린다는 얘기를 가끔 듣기도 한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CFO는 ‘경영지원실장’이란 타이틀을 많이 갖고 있다. 이들은 최고경영자(CEO)에 이은 확고한 ‘넘버2’로서 때로는 그룹 미래전략실과의 조율을 통해 CEO를 견제하는 역할도 한다는 게 삼성 내부의 전언이다.

○계열사를 총괄하는 그룹 CFO

삼성그룹은 그룹 차원의 CFO가 있다.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인 김종중 사장과 전략2팀장인 부윤경 부사장이다. 전략팀은 계열사 간 중복사업 조정, 자원 배분, 미래사업 기획뿐 아니라 계열사 재무, 자금, 투자계획, 임원 인사까지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를, 부 부사장은 전자·금융 계열사를 제외한 삼성물산, 삼성중공업과 화학 계열사 등의 ‘컨트롤러’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사장은 경북 영주의 유서 깊은 명문가인 연안 김씨 만취당파의 후손답게 차분하고 점잖은 스타일이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구조조정본부가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고 해체됐을 때 업무지원실장으로 그룹 살림을 챙겼다. 그 후 2010년 말 삼성정밀화학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때 매출의 20~30%를 차지하던 요소비료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전자재료에 집중해 회사의 사업 토대를 바꿔 놓았다. 2011년 7월 삼성전자 부품(DS)부문 CFO로 옮겼으며, 2012년 말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을 맡았다. 사려 깊고 결단력이 있다는 평을 받는다.

부 부사장은 광주일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삼성물산이 최고의 인재를 끌어모으던 1983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스리랑카 콜롬보지점 등 주요 해외 지점을 거쳐 기획실장, 기계플랜트사업부장 등을 지냈다. 2006년 대관(對官) 업무를 맡기도 했으며 이후 업무에 복귀해 삼성물산의 자원·광물 및 플랜드 수출 사업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성실하고 애사심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현호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과 입사 동기다.

○일처리 깔끔한 전자 관련 계열사 CFO

삼성전자의 전사(全社) CFO는 이상훈 사장이 맡고 있다. 경북사대부고와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2004년 상무 때 그룹 구조조정본부로 옮겨 2013년까지 일했다. 사장으로 승진한 뒤 삼성전자로 돌아왔다. 일처리가 깔끔해 그룹 수뇌부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설적인 성격이지만 합리적이며 강력한 추진력을 갖췄다는 얘기도 듣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에 유학하던 시절인 1999~2002년 삼성전자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으로 근무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조직 및 인력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출 200조원, 임직원 30만명이 넘는 거대한 회사로 사업부와 부문별로도 CFO가 있다. 전사 지원팀장인 노희찬 부사장은 연세대 출신이다. 차분하고 합리적이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품(DS)부문 지원팀장은 강봉용 전무가 맡고 있다. 전임인 옥경석 부사장(안식년)과는 메모리반도체 근무 시절부터 오랜 시간 같이 일하며 일을 배웠다고 한다. 무선사업부 지원팀장은 최윤호 부사장이 맡고 있다. 미래전략실 전략1팀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며 깔끔한 일처리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안정태 전무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등에서 근무했다. 합리적이며 글로벌 감각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삼성디스플레이 CFO인 최성호 부사장은 합리적이고 사교적이다. 그룹 CFO인 김종중 사장과 비슷하게 부하에게도 예의를 갖춰 말하는 스타일이다. 삼성디스플레이로 옮기기 전에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지원팀장을 맡아 일했다. 당시 상사인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가 아꼈다는 후문이다.

삼성전기 CFO는 권영노 전무가 맡고 있다. 권 전무는 용산고, 성균관대를 나와 1987년 삼성SDI에 입사했다. 2003년부터 미래전략실 전략기획실에서 일했으며 2007년 경영진단팀에서 임원을 달았다. 2013년까지 7년여 동안 경영진단팀에서 근무한 감사통으로 꼽힌다. 2013년 초 삼성전기로 옮겨 주력 사업부인 LCR 지원팀장으로 일했으며 2013년 말에는 전사 CFO를 맡았다. 감사통답게 냉철한 스타일로, 최근 모터사업부 분사 등의 과정에서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했다.

삼성SDI의 김영식 부사장은 경성고, 고려대를 나왔다.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1991년부터 2001년까지 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비서실 출신답게 꼼꼼하고 치밀하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삼성전자 여러 사업부에서 일했다. 2012년 말 삼성SDI로 옮겼다.

삼성SDS의 CFO는 박성태 전무다. 대구상고와 계명대를 나왔다. 삼성 재무 분야 핵심 엘리트 코스 중 하나인 제일합섬 경리과에서 근무했다. 2009년 삼성SDS에서 재무그룹장으로 임원을 달았다. 작년 말부터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