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빈 병 보증금 인상을 앞두고 ‘빈 병 사재기’가 극성인 가운데 병 제조업체들의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빈 병 재활용률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새 병 수요가 줄어 병 제조업체 주가에 불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소주병과 맥주병 생산시장은 금비, 삼광글라스, 테크팩솔루션(동원시스템즈 자회사) 등 3개사가 주도하고 있다. 26일 종가 기준으로 금비는 올들어 115.25%, 삼광글라스는 57.85%, 동원시스템즈는 254.26% 상승했다. 올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저도주 경쟁 등에 힘입어 크게 올랐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주가는 지난달 3일 환경부의 빈 병 보증금 인상안 입법예고 후 주춤하고 있다. 인상안에 따르면 내년 1월21일부터 소주병의 빈 병 보증금이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두 배 이상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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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을 앞두고 고물상이나 공병 수집상 등이 빈 병을 쌓아두고 유통하지 않아 주류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새 병 수요가 늘었음에도 주가에 제동이 걸린 것은 인상안 시행 후 달라질 시장 환경에 대한 전망 때문이다. 사재기로 묶여 있던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도 빈 병 가격이 오르면 재활용이 더 활발해지면서 빈 병 회수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빈 병 가격 인상으로 재사용률이 현재 85%에서 9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새 병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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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장 변화 속 원가절감 여부와 유리병 관련 이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에 따라 업체별로 주가 움직임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