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파·빛 분석기술로 고미술품·문화재 복원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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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벽화 원형 확인에 활용…단층촬영으로 복원오류 찾아
라만분광법·인공위성 기술로 미술품·문화재 손상없이 분석
라만분광법·인공위성 기술로 미술품·문화재 손상없이 분석
올초 멕시코 서부의 미초아칸대 복원 연구진은 18세기에 지은 이 지역 성당의 제단화(성당의 제단 주위에 그린 그림)가 원래 모습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850년대 그린 이 제단화는 50여년이 흐른 1903년에 한 번 보강처리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후 세 차례나 덧칠이 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이 활용한 건 테라헤르츠라는 빛이다.
검색대 기술 미술품 복원 효자로
테라헤르츠(THz)파는 1초에 1조번 진동하는 고주파다. X선보다 투과력이 좋고 인체에 해가 없어 각국이 차세대 기술로 개발 중이다. 각국 국제공항의 검색대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존처리와 복원 과정에서 원형이 훼손된 미술품과 문화재 복원에 활용하고 있다.
이한형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미술과 보존과학’ 세미나에서 “테라헤르츠파는 X선처럼 투과 영상뿐 아니라 스펙트럼을 이용해 물질 고유의 특성까지 파악이 가능하다”며 “여러 층으로 이뤄진 구조를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라헤르츠파가 위력을 발휘한 건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로마시대의 프레스코화가 원래 그림과 다르다는 사실을 테라헤르츠파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프레스코화 속 등장인물인 창을 든 세 남자 가운데 한 명의 왼손 아래쪽에 당초 남자 얼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훗날 덧칠하면서 지금은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국립문화재연구소 등에서 전통 안료와 미술품 분석에 테라헤르츠파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단청 분자 수준으로 분석
보존과학자들은 최근 들어 미술 작품이나 문화재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성질을 파악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에는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구분하는 등 의료 연구에 활용되는 라만 분광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 분석법은 빛이 분자를 만나면 산란하는 ‘라만 산란’ 현상을 이용한다. 분자를 만난 빛은 파장이 변하는데 분자 종류에 따라 고유한 파장이 나타난다. 안료마다 고유한 파장이 나타나기 때문에 파장만 보면 원료 성분을 알 수 있다. 1928년 인도 출신 물리학자 찬드라 세카라 라만이 발견한 이 현상은 물질에 손상을 주지 않고 분자 하나하나의 종류와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전통문화대 연구진은 창덕궁 존덕정의 교체용 목조에 남아 있던 단청 녹색 안료를 분석한 결과 ‘시아닌 그린’이라는 성분과 ‘탄산칼슘 혼합물’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창시자인 라만은 1930년 빛의 산란에 대한 연구와 라만 효과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인공위성 기술로 훼손 줄인다
손상이 심한 유물 분석에는 물체에서 나오는 연속적인 빛을 분석하는 초분광 분석이라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가시광선부터 근적외선까지 파장이 400~1000㎚인 빛을 촬영하는 분광카메라는 원래는 인공위성에 실려 산림과 해양, 농업 작황 분석 등에 활용된다. 이 분석법은 촬영한 이미지의 화소별로 어떤 안료가 사용됐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분석을 위해 유물에 접근할 필요가 없어 분석 과정에서 유물을 훼손할 염려가 없다. 이 교수는 “안료 분석은 모든 미술품과 문화재 복원 기술의 기본이며 향후 이들 분석기술의 이용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 테라헤르츠파
1000억~10조 헤르츠(Hz) 주파수. 1초에 1000억 번 이상 진동한다. 가시광선처럼 직진하면서 전파처럼 물체를 잘 투과한다. 종이 나무 플라스틱 심지어 시멘트까지 웬만한 물체는 대부분 투과하지만 물과 금속은 투과하지 않는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테라헤르츠(THz)파는 1초에 1조번 진동하는 고주파다. X선보다 투과력이 좋고 인체에 해가 없어 각국이 차세대 기술로 개발 중이다. 각국 국제공항의 검색대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존처리와 복원 과정에서 원형이 훼손된 미술품과 문화재 복원에 활용하고 있다.
이한형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미술과 보존과학’ 세미나에서 “테라헤르츠파는 X선처럼 투과 영상뿐 아니라 스펙트럼을 이용해 물질 고유의 특성까지 파악이 가능하다”며 “여러 층으로 이뤄진 구조를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라헤르츠파가 위력을 발휘한 건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로마시대의 프레스코화가 원래 그림과 다르다는 사실을 테라헤르츠파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프레스코화 속 등장인물인 창을 든 세 남자 가운데 한 명의 왼손 아래쪽에 당초 남자 얼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훗날 덧칠하면서 지금은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국립문화재연구소 등에서 전통 안료와 미술품 분석에 테라헤르츠파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단청 분자 수준으로 분석
보존과학자들은 최근 들어 미술 작품이나 문화재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성질을 파악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에는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구분하는 등 의료 연구에 활용되는 라만 분광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 분석법은 빛이 분자를 만나면 산란하는 ‘라만 산란’ 현상을 이용한다. 분자를 만난 빛은 파장이 변하는데 분자 종류에 따라 고유한 파장이 나타난다. 안료마다 고유한 파장이 나타나기 때문에 파장만 보면 원료 성분을 알 수 있다. 1928년 인도 출신 물리학자 찬드라 세카라 라만이 발견한 이 현상은 물질에 손상을 주지 않고 분자 하나하나의 종류와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전통문화대 연구진은 창덕궁 존덕정의 교체용 목조에 남아 있던 단청 녹색 안료를 분석한 결과 ‘시아닌 그린’이라는 성분과 ‘탄산칼슘 혼합물’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창시자인 라만은 1930년 빛의 산란에 대한 연구와 라만 효과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인공위성 기술로 훼손 줄인다
손상이 심한 유물 분석에는 물체에서 나오는 연속적인 빛을 분석하는 초분광 분석이라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가시광선부터 근적외선까지 파장이 400~1000㎚인 빛을 촬영하는 분광카메라는 원래는 인공위성에 실려 산림과 해양, 농업 작황 분석 등에 활용된다. 이 분석법은 촬영한 이미지의 화소별로 어떤 안료가 사용됐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분석을 위해 유물에 접근할 필요가 없어 분석 과정에서 유물을 훼손할 염려가 없다. 이 교수는 “안료 분석은 모든 미술품과 문화재 복원 기술의 기본이며 향후 이들 분석기술의 이용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 테라헤르츠파
1000억~10조 헤르츠(Hz) 주파수. 1초에 1000억 번 이상 진동한다. 가시광선처럼 직진하면서 전파처럼 물체를 잘 투과한다. 종이 나무 플라스틱 심지어 시멘트까지 웬만한 물체는 대부분 투과하지만 물과 금속은 투과하지 않는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