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시마 미야노우라항의 잔디밭에 설치된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붉은 호박’
나오시마 미야노우라항의 잔디밭에 설치된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붉은 호박’
생산과 소비가 최고의 가치가 된 현대사회. 더불어 현대인의 감성은 나날이 메말라간다. 인간성을 상실한 채 병들어가는 세상에서 예술은 한 줄기 빛이 돼준다. 예술을 통해 사람들은 황폐해진 정서를 풍요롭게 하고 현실을 돌아볼 수 있다. 좋은 전시회를 찾는다면 가까운 일본으로 눈을 돌려보자. 일본 가가와현 다카마쓰시에서는 11월18일까지 ‘2015 한일아트페어 인 다카마쓰’가 열린다.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여행과 함께 예술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일 문화 예술 교류의 場 열리다

 다카마쓰의 기타하마 거리
다카마쓰의 기타하마 거리
일본 혼슈 섬과 시코쿠 섬, 규슈 섬 사이의 좁은 바다인 세토내해는 일본의 지중해라 불리는 곳이다. 세토내해에 접한 가가와현은 일본 우동을 대표하는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이자 ‘일본 현대예술의 성지’로도 유명하다.

‘2015 한일아트페어 인 다카마쓰’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아시아나항공과 한국미술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행사다. 국내 작가 50명과 일본 작가 20명의 작품이 전시돼 더욱 의미가 깊다.

다카마쓰 시내에 전시된 미술품
다카마쓰 시내에 전시된 미술품
전시회는 가가와현의 현청 소재지인 다카마쓰시의 시코쿠무라 갤러리에서 열린다. 원래 시코쿠무라는 일본 에도시대부터 메이지시대까지의 오래된 민가를 모아 놓은 일종의 민속촌이다. 시코쿠 4개 현의 가옥 31개 동을 이곳에 복원했다. 생활용구 1만점을 소장한 민가박물관도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손길이 닿은 시코쿠무라 갤러리는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건축물뿐만 아니라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어우러져 더욱 매력적이다. 자연친화적인 건물에서 바라보는 다카마쓰의 전경 역시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국과 일본 대표 작가들의 실험적인 예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가가와현의 나오시마와 다카마쓰와 관련된 작품이 많아 눈길을 끈다. 아트페어 기간에 방문객을 대상으로 참여 작가가 직접 그린 인물화나 작품을 추첨을 통해 주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나오시마의 베네세 하우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나오시마의 베네세 하우스
여행상품으로 나오시마 관광까지

이번 아트페어에 발맞춰 여행상품도 출시됐다. 전문 큐레이터와 함께 시코쿠무라 갤러리를 관람하는 일정과 더불어 나오시마를 함께 관광할 수 있다. 다카마쓰에서 나오시마로 가는 배는 편도에만 약 25분 걸린다. 원래 나오시마는 쓰레기로 뒤범벅된 버려진 섬이었다. 하지만 교육기업인 베네세그룹이 추진한 문화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예술가들이 집단으로 이주한 뒤 쓰러져가던 가옥이나 버려진 폐가를 변화시키면서 예술의 섬으로 재탄생됐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베네세하우스, 지중미술관을 비롯해 옛 집을 현대 미술과 조화시킨 이에 프로젝트,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조형물 등 여러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트페어와 나오시마를 함께 관광하는 상품은 KRT여행사, 여행박사, 인터파크에서 판매한다. 일정은 2박3일, 3박4일 두 종류로 짜였다. 일본식 정원의 진수를 보여주는 리쓰린공원, 일본 석양 100선에 꼽히는 야시마 전망대, 항구의 낡은 창고를 개조해 만든 기타하마 거리 등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66만9000원부터. (02)2124-5555

여행정보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다카마쓰를 주 3회(화·금·일요일) 운항하며 공항에서 시내까지 버스로 45분 정도 걸린다. ‘2015 한일아트페어 인 다카마쓰’가 열리는 시코쿠무라는 다카마쓰 시내에서 고토덴 열차를 타고 갈 수 있다. 고토덴 가와라마치(琴電瓦町)역에서 15분 정도 이동한 뒤 고토덴 야시마(琴電屋島)역에 내려 걸어서 10분 정도 가면 된다.

시코쿠무라 입장권은 800엔이며 갤러리 입장료는 별도지만 가가와현에서 아트페어 무료입장권을 보내준다. 이메일(kagawalove@naver.com)로 이름, 전화번호, 주소, 우편번호, 인원 수를 적어 보내면 된다. 단, 배송까지 약 1주일이 걸리므로 여유 있게 신청하는 것이 좋다.

윤신철 여행작가 cockzi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