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진통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조선 노조로부터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은 뒤 자금 지원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본부장은 23일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서 현시한 노조위원장 등을 만나 채권단의 자금 지원 조건을 노조가 수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이날 대의원 대회를 열고 채권단의 요구에 관해 논의했지만, 거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조현우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노조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파업권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긴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요구까지 수용할 수는 없다”며 “대우조선의 손실이 노조 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살리는 게 급하기 때문에 채권단과의 논의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쟁의행위 금지 및 임금 동결은 대규모 자금 지원을 하기 전 해당 기업 노조가 당연히 수용해야 하는 조건이며, 이 조건을 철회할 계획이 없다고 맞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부실기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시작하거나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을 때 노조가 파업하지 않고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작성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자금 지원이 늦어지면 대우조선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다음달 말까지 약 1조8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도 이날 노조 지도부를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지난 2분기에 해양플랜트 사업 부실로 3조318억원의 적자를 내자 실사를 진행해 약 4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2일 경제금융대책회의를 열고 자구계획 강화와 이에 대한 노조 동의 등이 선행될 때까지 자금 지원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도병욱/김일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