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카타르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한·양방 협진이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카타르 국군병원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중동지역에 한·양방 협진 의료시스템을 수출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의료 한류(韓流)가 중동에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양방 협진 시스템 카타르에 수출한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카타르를 방문해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이후 양국 간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외교부는 카타르의 국군병원에 한·양방 협진 의료시스템을 수출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최종 조율 중이다. 국내 대형병원에서 파견한 의사, 한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의 의료진이 카타르 국군병원 한 층에 총 1652㎡ 규모 진료실과 검진센터 등을 두고 한·양방 협진을 하는 방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달 중에 MOU를 카타르 정부와 체결할 수 있다”며 “국내 대형병원의 한·양방 협진 의료시스템이 중동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양방 협진 의료 시스템 수출은 카타르 정부의 요청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 논의됐다. 한의사협회의 의료지원 활동으로 한방 치료에 신뢰를 갖게 된 카타르 정부가 신축 중인 국군병원 안에 한·양방 협진 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국내 대형 한방병원들에 요청했다.

지난 3월 박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 중 카타르 국왕과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공은 정부로 넘어왔다. 지난달엔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 관계자들이 카타르를 방문해 양국 당국 간 한·양방 협진 의료 시스템 수출과 관련해 기본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업계에선 카타르에 진출할 유력 후보로 의료재단 경희대의료원을 꼽고 있다. 경희대의료원은 서울 회기동 경희의료원과 명일동 강동경희대병원에 한방병원을 두고 한·양방 협진을 하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6월까지만 해도 경희대의료원은 카타르 군 관계자들과 직접 카타르 진출을 깊게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활발하게 진출 방안을 모색했지만 6월 이후 논의가 멈췄다”며 “카타르 진출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한·양방 협진 병원의 카타르 진출이 가시화하면 중동 지역에 의료 한류가 본격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양방 협진으로 시작된 국내 의료 시스템 수출이 성형, 건강클리닉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천연가스 세계 1위 생산국으로 1인당 국민소득(GNI)이 8만달러(2015년 국제통화기금 예상치)가 넘을 정도로 부자국가다. 복지부는 카타르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지난달 한국 의료 진료행사를 여는 등 의료 한류 홍보에 힘쓰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국내 의료기술 등 서비스 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외국 제도가 국내 병원의 현지 진출을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부 간 협정 체결 등으로 장애물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이지현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