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사는 이순규(84) 씨는 20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남편 오인세(83) 씨를 만났다.
생이별의 고통이 65년간이나 켜켜이 쌓여 이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씨는 그러면서도 "평생을 (떨어져) 살았으니까 할 얘기는 많지만 어떻게 (3일만에) 다 얘기를 해…. 나는 결혼하고 1년도 못 살고 헤어졌으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이가 대부분 빠진 남편 오씨도 아내의 손을 잡고 "전쟁 때문에 그래. 할매, 나는 나는 말이야, 정말 고생길이…. 고생도 하고 아무것도 몰랐단 말이야"라며 역시 감격에 겨운 모습이었다.
부부가 각각 남과 북으로 떨어지게 된 것은 한국전쟁이 막 발발한 1950년 7월이었다.
이씨는 "동네 사람이 10일만 훈련받고 보내준다고 데려갔는데, 그 길로 헤어졌다"고 털어놨다.
백년가약을 맺은 지 불과 7개월 만이었다. 당시 이씨의 뱃속에는 아들 오장균(65) 씨가 있었다.
아들 오씨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아버님 있는 자식으로 당당하게 살았습니다. 저랑 똑같이 닮으셨습니다.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큰소리를 말했다.
모자는 아버지가 사망한 줄 알고 37년 전부터 제사를 지내왔다. 다만 이씨는 오래된 놋그릇과 구두, 장기알 등 남편의 체취가 밴 소지품을 계속 간직해왔다.
1회차 북측 상봉단 가운데 최고령인 채훈식(88) 씨도 이날 동갑내기 부인 이옥연 씨와 감격적으로 상봉했다.
이옥연 씨는 이순규 씨와 달리 따로 남편의 제사를 지내진 않았다.
하지만 남측 상봉 대상자 96가족, 389명 가운데 대부분은 북측 가족이 사망한 줄 알고 제사를 지내왔다.
북쪽에 있는 시아주버니 김주성(85) 씨를 만나게 되는 조정숙(79) 씨도 "총각으로 돌아가신 줄 알고 20년 동안 제사를 지내드려왔다"면서 만남에 감격해했다.
이영희(79) 씨와 가족들 역시 오빠 리상준(82) 씨가 사망한 줄 알고 제사도 지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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