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에 취하고, 풍경에 반하고…입도 눈도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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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남부 보헤미아 지방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의 고향, 옛 유럽 건물이 고스란히 남은 마을, 하얀 백조를 떠올릴 만큼 미학적인 성(城)…. 체코 남부 보헤미아 지방이다 이곳에서 여행객은 음미하고 싶은 맥주 한 잔, 작은 교회의 따스함, 귀족 가문의 호화로운 일상을 만날 수 있다. 은근히 가슴에 퍼지는 매력으로 가득한 남부 보헤미아 지방을 여행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조금은 느리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녀야 한다는 것. 그거면 족하다.
체코를 대표하는 양대 맥주의 산지…체스케 부데요비체
세계에서 맥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많은 인구 때문에 세계 맥주의 약 25%를 중국인이 마시고 있다. 하지만 1인당 맥주 소비량은 체코가 독보적인 1위다. 일본 기린맥주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체코의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147.1L다. 21년째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 나미비아(108.6L)는 물론 맥주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유명한 독일(101.7L) 아일랜드(79.2L)와도 격차가 꽤 크다. 그만큼 체코인의 맥주 사랑은 대단하다. 체코 이야기를 할 때 맥주를 빼놓을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150㎞ 떨어진 체스케 부데요비체(Ceske Budejovice)는 오랜 도시의 매력과 맥주로 유명한 도시다. ‘제2의 프라하’로 불리며 많은 관광객이 찾는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에서 북쪽으로 25㎞ 거리여서 함께 들러볼 수도 있다.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생산되는 ‘부드바이저 부드바(Budweiser Budvar)’는 플젠 지방의 ‘필스너 우르켈’과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맥주로 손꼽힌다. 미국의 유명 맥주 버드와이저(Budweiser)의 이름이 이곳에서 유래했다. 부드바이저와 버드와이저는 같은 단어이며 발음만 다르다.
미국 맥주 버드와이저는 체스케 부데요비체의 맥주 제조법을 바탕으로 1876년부터 생산됐다. 깔끔하고 청량한 맛으로 미국 내 판매량 1위를 자랑하는 맥주로 성장했으나 훗날 이름 때문에 큰 곤경에 처하게 된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가 됐지만 ‘원조 버드와이저’를 주장하는 부드바이저 부드바가 버드와이저에 상표권 문제를 제기한 것. 이 때문에 버드와이저는 독일 월드컵 공식스폰서였는데도 ‘앤호이저-부시 버드(Anheuser-Busch Bud)’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판매됐다. 약 130년 전 상표권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의 작명이 낳은 결과 치고는 씁쓸했으리라.
검은 탑에 오르면 시원한 쾌감이
1265년에 건설된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14세기 이래 독일식 이름인 부트바이스(Budweis)로 불리기도 했다. 오랜 역사가 말해주듯 프레미슬 오타카 2세 광장을 중심으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 건물이 즐비하다.
중앙광장 가운데는 분수대인 ‘삼손의 샘(Samsonova Kasna)’이 있다. 체코에서 가장 큰 분수대로 1727년 완공됐으며 사자와 싸우는 삼손의 모습을 조각해 놓았다. 애초 도시에 물을 공급할 목적으로 세워졌으나 지금은 광장의 상징물이자 시민 휴식처로 자리하고 있다.
도시 풍경을 한눈에 보려면 지상 72.3m, 9층 구조로 이뤄진 검은 탑(Black Tower)으로 가면 된다. 1577년 완공된 탑으로 원래 외적 침입에 대비한 망루로 쓰였다. 꼭대기로 가려면 225개 계단을 올라야 한다. 폭이 좁고 중간에 쉴 만한 곳이 없어 다소 힘들다.
하지만 탑 꼭대기에 오르면 다리의 뻐근함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쾌감이 몰려온다. 눈앞을 가리는 것 없이 시원하게 펼쳐진 도시가 내려다 보인다. 네모 반듯한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여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오밀조밀하게 모인 모습은 장난감 마을을 연상케 한다.
탑에 오르느라 생긴 갈증은 체코답게 맥주로 풀자. 체스케 부데요비체 시내에는 부드바이저 부드바 맥주 공장의 직영점(budejovickybudvar.cz/en)이 있다. 무알코올 맥주, 오리지널, 라이트, 프리미엄, 흑맥주 등 다섯 종류의 맥주를 판매한다. 버드와이저의 원류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독특하게도 점포 내에는 맥주를 따르는 장인이 있다.
맥주와 맥주 거품을 따르는 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들의 손길을 거친 맥주는 특별해진다. 몇 잔이고 정성스레 맥주를 따르는 장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옛 유럽의 전원풍경…홀라쇼비체
체코에는 마을 전체가 보헤미아풍 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채워진 곳이 있다. 테마파크의 유럽 거리를 떠오르게 하지만 흉내를 낸 게 아니라 ‘유네스코가 인정한 진짜’라는 차이점이 있다. 홀라쇼비체(Holasovice)는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서쪽으로 15㎞,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북쪽으로 18㎞ 떨어져 있다. 이곳에는 ‘남부 보헤미아 민속 바로크’ 양식의 전통주택이 약 120동 있다. 남부 보헤미아풍 바로크 양식은 1840~1880년 나타난 바로크, 로코코, 클래식의 요소가 혼합된 양식을 말한다. 마을에 들어가면 건물 형태가 상당히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드러운 곡선과 뾰족한 지붕의 집들은 하늘색, 분홍색, 노란색, 흰색을 조화시킨 파스텔톤으로 단장해 눈이 즐겁다. 집집마다 건축연도가 크게 적혀 있는데 18~19세기 지은 주택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점을 높이 평가받아 홀라쇼비체는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홀라쇼비체에선 바쁘게 돌아다닐 이유가 없다. 걸어서 2~3시간이면 마을 전체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다. 한가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유유자적 산책하듯 거니는 것이 알맞은 곳이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색으로 개성을 뽐내는 주택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광장의 호수 주변 벤치에 앉아 쉬어도 좋다. 약 500년 동안 대를 이어 살아온 집을 개조한 박물관에서 알 수 없는 각종 기구를 둘러보는 것도 흥미롭다. 광장 근처에는 작은 교회가 하나 있다. 나무로 만든 팔 벌린 예수상이 오는 이들을 반기며, 종이 달린 유려한 곡선의 노란색 건물이 따뜻하게 맞이한다. 4~5명이 들어가면 꽉 찰 듯한 규모. 한국의 대형 교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믿음과 구원은 건물의 크기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하고 싶었던 것일까. 작지만 충만한 기운을 품은 교회의 모습은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고 한참이나 놓아주지 않았다. 하얀 상아를 깎아 놓은 듯…흘루보카 성
체코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성(城)은 어디일까. 관점과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최고로 꼽는 곳은 흘루보카 성이다.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북쪽으로 11㎞ 떨어진 곳에 있다. 성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사진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실제로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생길 만큼 멋진 외관이 인상적이다.
흘루보카성은 13세기 중반에 방어를 위한 성으로 건축됐다. 원래 보헤미아 왕의 소유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다. 가장 오래 소유한 슈바르첸베르크 가문은 1661년에 성을 사들인 이후 1939년까지 이곳에 살았으나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소유권을 잃었다.
흘루보카 성에는 다양한 건축양식이 녹아 있다. 13세기에는 고딕풍으로 지어졌으나 1563년 르네상스 양식으로 개조됐고 18세기에는 바로크식으로 개축됐다. 지금의 성은 영국 윈저성의 영향을 받아 신(新)고딕 양식으로 재설계된 것이다. 당시 성주의 아들인 얀 아돌프 2세와 그의 약혼녀인 엘레노어가 영국 여행 중 본 윈저성을 참고해 성의 구조를 바꾸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흘루보카성은 그 매혹적인 외관만으로도 관광객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지만 직접 만난 흘루보카 성은 달랐다. 전체적인 모습은 금방이라도 날개를 펴고 날아갈 듯한 백조였고, 커다란 상아를 깎은 듯 순백의 색을 내뿜는 우아한 조각품이었다. 커다란 아치를 그리는 성의 정문 위로 가장 최근까지 성을 소유했던 슈바르첸베르크 가문의 문장이 위엄을 더했다. 어디선가 하얀 드레스를 입은 공주가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입장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주변에 감돌았다. 지나던 연인이 서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하루만이라도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 이것만은 꼭
흘루보카 성(zamek-hluboka.eu) 내부에는 성주와 가족이 쓰던 침실, 옷장, 연구실, 서재, 식당을 비롯해 체스 등의 게임을 즐기던 방, 중세 시대에 쓰인 갑옷과 무기 전시실 등이 마련돼 있다. 호화로운 귀족 가문의 역사와 생활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방문해볼 만하다. 내부 관람은 장소에 따라 입장료가 다르다. 성의 핵심인 레프리젠테이션 룸(Representation rooms)은 성인 기준 150코루나(약 7200원), 부엌 90코루나(약 4320원), 타워 40코루나(약 1920원) 등이다. 외부 정원 관람은 무료.
체스케 부데요비체=글·사진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체코를 대표하는 양대 맥주의 산지…체스케 부데요비체
세계에서 맥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많은 인구 때문에 세계 맥주의 약 25%를 중국인이 마시고 있다. 하지만 1인당 맥주 소비량은 체코가 독보적인 1위다. 일본 기린맥주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체코의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147.1L다. 21년째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 나미비아(108.6L)는 물론 맥주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유명한 독일(101.7L) 아일랜드(79.2L)와도 격차가 꽤 크다. 그만큼 체코인의 맥주 사랑은 대단하다. 체코 이야기를 할 때 맥주를 빼놓을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150㎞ 떨어진 체스케 부데요비체(Ceske Budejovice)는 오랜 도시의 매력과 맥주로 유명한 도시다. ‘제2의 프라하’로 불리며 많은 관광객이 찾는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에서 북쪽으로 25㎞ 거리여서 함께 들러볼 수도 있다.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생산되는 ‘부드바이저 부드바(Budweiser Budvar)’는 플젠 지방의 ‘필스너 우르켈’과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맥주로 손꼽힌다. 미국의 유명 맥주 버드와이저(Budweiser)의 이름이 이곳에서 유래했다. 부드바이저와 버드와이저는 같은 단어이며 발음만 다르다.
미국 맥주 버드와이저는 체스케 부데요비체의 맥주 제조법을 바탕으로 1876년부터 생산됐다. 깔끔하고 청량한 맛으로 미국 내 판매량 1위를 자랑하는 맥주로 성장했으나 훗날 이름 때문에 큰 곤경에 처하게 된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가 됐지만 ‘원조 버드와이저’를 주장하는 부드바이저 부드바가 버드와이저에 상표권 문제를 제기한 것. 이 때문에 버드와이저는 독일 월드컵 공식스폰서였는데도 ‘앤호이저-부시 버드(Anheuser-Busch Bud)’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판매됐다. 약 130년 전 상표권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의 작명이 낳은 결과 치고는 씁쓸했으리라.
검은 탑에 오르면 시원한 쾌감이
1265년에 건설된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14세기 이래 독일식 이름인 부트바이스(Budweis)로 불리기도 했다. 오랜 역사가 말해주듯 프레미슬 오타카 2세 광장을 중심으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 건물이 즐비하다.
중앙광장 가운데는 분수대인 ‘삼손의 샘(Samsonova Kasna)’이 있다. 체코에서 가장 큰 분수대로 1727년 완공됐으며 사자와 싸우는 삼손의 모습을 조각해 놓았다. 애초 도시에 물을 공급할 목적으로 세워졌으나 지금은 광장의 상징물이자 시민 휴식처로 자리하고 있다.
도시 풍경을 한눈에 보려면 지상 72.3m, 9층 구조로 이뤄진 검은 탑(Black Tower)으로 가면 된다. 1577년 완공된 탑으로 원래 외적 침입에 대비한 망루로 쓰였다. 꼭대기로 가려면 225개 계단을 올라야 한다. 폭이 좁고 중간에 쉴 만한 곳이 없어 다소 힘들다.
하지만 탑 꼭대기에 오르면 다리의 뻐근함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쾌감이 몰려온다. 눈앞을 가리는 것 없이 시원하게 펼쳐진 도시가 내려다 보인다. 네모 반듯한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여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오밀조밀하게 모인 모습은 장난감 마을을 연상케 한다.
탑에 오르느라 생긴 갈증은 체코답게 맥주로 풀자. 체스케 부데요비체 시내에는 부드바이저 부드바 맥주 공장의 직영점(budejovickybudvar.cz/en)이 있다. 무알코올 맥주, 오리지널, 라이트, 프리미엄, 흑맥주 등 다섯 종류의 맥주를 판매한다. 버드와이저의 원류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독특하게도 점포 내에는 맥주를 따르는 장인이 있다.
맥주와 맥주 거품을 따르는 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들의 손길을 거친 맥주는 특별해진다. 몇 잔이고 정성스레 맥주를 따르는 장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옛 유럽의 전원풍경…홀라쇼비체
체코에는 마을 전체가 보헤미아풍 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채워진 곳이 있다. 테마파크의 유럽 거리를 떠오르게 하지만 흉내를 낸 게 아니라 ‘유네스코가 인정한 진짜’라는 차이점이 있다. 홀라쇼비체(Holasovice)는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서쪽으로 15㎞,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북쪽으로 18㎞ 떨어져 있다. 이곳에는 ‘남부 보헤미아 민속 바로크’ 양식의 전통주택이 약 120동 있다. 남부 보헤미아풍 바로크 양식은 1840~1880년 나타난 바로크, 로코코, 클래식의 요소가 혼합된 양식을 말한다. 마을에 들어가면 건물 형태가 상당히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드러운 곡선과 뾰족한 지붕의 집들은 하늘색, 분홍색, 노란색, 흰색을 조화시킨 파스텔톤으로 단장해 눈이 즐겁다. 집집마다 건축연도가 크게 적혀 있는데 18~19세기 지은 주택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점을 높이 평가받아 홀라쇼비체는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홀라쇼비체에선 바쁘게 돌아다닐 이유가 없다. 걸어서 2~3시간이면 마을 전체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다. 한가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유유자적 산책하듯 거니는 것이 알맞은 곳이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색으로 개성을 뽐내는 주택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광장의 호수 주변 벤치에 앉아 쉬어도 좋다. 약 500년 동안 대를 이어 살아온 집을 개조한 박물관에서 알 수 없는 각종 기구를 둘러보는 것도 흥미롭다. 광장 근처에는 작은 교회가 하나 있다. 나무로 만든 팔 벌린 예수상이 오는 이들을 반기며, 종이 달린 유려한 곡선의 노란색 건물이 따뜻하게 맞이한다. 4~5명이 들어가면 꽉 찰 듯한 규모. 한국의 대형 교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믿음과 구원은 건물의 크기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하고 싶었던 것일까. 작지만 충만한 기운을 품은 교회의 모습은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고 한참이나 놓아주지 않았다. 하얀 상아를 깎아 놓은 듯…흘루보카 성
체코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성(城)은 어디일까. 관점과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최고로 꼽는 곳은 흘루보카 성이다.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북쪽으로 11㎞ 떨어진 곳에 있다. 성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사진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실제로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생길 만큼 멋진 외관이 인상적이다.
흘루보카성은 13세기 중반에 방어를 위한 성으로 건축됐다. 원래 보헤미아 왕의 소유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다. 가장 오래 소유한 슈바르첸베르크 가문은 1661년에 성을 사들인 이후 1939년까지 이곳에 살았으나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소유권을 잃었다.
흘루보카 성에는 다양한 건축양식이 녹아 있다. 13세기에는 고딕풍으로 지어졌으나 1563년 르네상스 양식으로 개조됐고 18세기에는 바로크식으로 개축됐다. 지금의 성은 영국 윈저성의 영향을 받아 신(新)고딕 양식으로 재설계된 것이다. 당시 성주의 아들인 얀 아돌프 2세와 그의 약혼녀인 엘레노어가 영국 여행 중 본 윈저성을 참고해 성의 구조를 바꾸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흘루보카성은 그 매혹적인 외관만으로도 관광객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지만 직접 만난 흘루보카 성은 달랐다. 전체적인 모습은 금방이라도 날개를 펴고 날아갈 듯한 백조였고, 커다란 상아를 깎은 듯 순백의 색을 내뿜는 우아한 조각품이었다. 커다란 아치를 그리는 성의 정문 위로 가장 최근까지 성을 소유했던 슈바르첸베르크 가문의 문장이 위엄을 더했다. 어디선가 하얀 드레스를 입은 공주가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입장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주변에 감돌았다. 지나던 연인이 서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하루만이라도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 이것만은 꼭
흘루보카 성(zamek-hluboka.eu) 내부에는 성주와 가족이 쓰던 침실, 옷장, 연구실, 서재, 식당을 비롯해 체스 등의 게임을 즐기던 방, 중세 시대에 쓰인 갑옷과 무기 전시실 등이 마련돼 있다. 호화로운 귀족 가문의 역사와 생활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방문해볼 만하다. 내부 관람은 장소에 따라 입장료가 다르다. 성의 핵심인 레프리젠테이션 룸(Representation rooms)은 성인 기준 150코루나(약 7200원), 부엌 90코루나(약 4320원), 타워 40코루나(약 1920원) 등이다. 외부 정원 관람은 무료.
체스케 부데요비체=글·사진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