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공방戰’ 지켜보는 학생들 > 국회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16일 국회에 견학온 여고생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공방을 벌이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역사 공방戰’ 지켜보는 학생들 > 국회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16일 국회에 견학온 여고생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공방을 벌이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정치권 여야 공방이 접점을 찾지 못하며 ‘끝장 승부’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최우선 국정 현안으로 꼽았던 노동개혁 이슈는 교과서 국정화에 떠밀렸고, 새정치민주연합도 대정부질문이 진행 중인 국회를 떠나 길거리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다.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여야 정쟁이 시급을 다투는 경제활성화법을 비롯해 노동개혁, 예산심사 등 국정 현안을 모두 집어삼킬 ‘블랙홀’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핵심 쟁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었다. 지난 13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대정부질문이 역사교과서 논란에 묻혔다.

여야는 역사교과서와 관련, 여론전에 당력을 쏟아붓고 있다. 새누리당 대표실 백드롭(벽면 홍보물)을 장식했던 현수막이 ‘노동개혁으로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에서 ‘이념편향의 역사를 국민통합의 역사로’로 바뀌었다. 모든 화력과 스피커를 동원해 ‘노동개혁’과 경제를 외치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새누리당은 국정교과서 대신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표현을 쓰며 명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 발행의 목적은 현재 검·인정교과서의 오류와 편향성을 개선하자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역사교과서는 동북아시아에서 이뤄지는 역사 왜곡에 대해 아이들이 제대로 알고 지식적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판단,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친일 독재 미화 시도’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장내외 투쟁을 병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부산으로 내려가 부전동에서 진행되는 대국민 서명운동에 직접 동참해 시민들에게 서명 참여를 촉구하고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벌였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운동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일 독재를 미화하는 1년짜리 정권 교과서”라며 강공에 나섰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자위대 발언’을 언급하며 “친일 매국적인 총리의 발언이 있었다”며 “구한말 대신을 지내며 일제의 조선 침략 논리를 거들어준 이완용의 환생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해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여야가 이념분쟁에 헛심을 쓰면서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 관련 논의, 민생 관련 법안 등은 추동력을 잃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대책 논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조차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지원법 등 경제활성화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의 논의가 ‘올스톱’되면서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지난 7월 발의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3개월째 해당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상정조차 못한 상태다. 과잉공급 업종의 인수합병(M&A) 등 사업구조 재편 시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금융 지원 등의 혜택을 주는 내용이 골자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필수적인 법안이지만 여야가 정면 충돌하면서 연내 처리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비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