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요즘 노동시장 상황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청년실업률은 급증하고, 비정규직 중심으로 고용의 질 역시 안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죠. 오늘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앵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산재된 문제들을 요목조목 짚어보긴 했지만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늘 그 핵심적인 문제들을 짚어주신다는 얘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노동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연구가 많지 않았는데, 지난해 우리나라 노동시장 상황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한 보고서가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이번에 새로 나왔습니다.

먼저 지난해에 가장 아이러니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해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저조해졌던 해였거든요. 1분기에 3.9%에서 4분기로 갈수록 3.5%, 3.2%, 2.7%까지 계속 성장률이 둔화됐는데, 경제가 이렇게 안좋아지는데도 이상하게 취업은 잘됐습니다. 고용률이 1분기 58.8%에서 60.8%, 60.9%, 60.4%가 나온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점차 안좋아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취업자는 계속 많았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죠. 지난해 취업자는 전년보다 53만명이 늘었는데 이건 12년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거거든요. 그 원인이 뭘까냐는 겁니다. 알아봤더니 이유는 사람들이 대거 일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영향이었습니다.



<앵커> 일터로 뛰어든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말인가요?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건 조금 이해가 안가는군요.

<기자> 정확히 짚으셨습니다. 지난해 한해동안 일할 수 있는 나이대의 사람(15~64세)은 41만명 늘어났는데, 실제 일을 하게 된 사람은 66만명이 늘어서 그보다 더 많았거든요. 짐작을 조금 하셨겠지만 주로 55세 이상이 크게 늘었습니다. 바로 베이비부머 세대들입니다. 55세 이상 인구의 74%가 일을 하거나, 일을 찾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다 베이비부머들이 낳은 자녀들이죠. 우리가 ‘에코세대’라고 말하는데, 이들 역시 전년보다 10만명이 늘었습니다.



<앵커> 다시말해서 지난해 고용이 많이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경기가 좋아서 사람을 많이 뽑은 게 아니라 일자리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얘기군요? 이게 시사하는 바가 뭘까요?

<기자> 보통 나라 경제가 좋아져야 고용이 잘 되는건데, 지난해의 경우는 경제가 좋지 않아지는데도 고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겁니다. 지난해가 특별했다는 얘기는 다시 말하면 앞으로도 고용상황이 지난해 같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당장 올해 8월 현재 취업자 증가수가 25만명으로 지난해 절반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베이비부머들의 자녀들인 에코세대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텐데,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고 기업들은 경기가 둔화되면서 이를 다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해야 합니다.



<앵커> 정리해보자면 출산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사람은 계속해서 줄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쏟아져나오고 있고, 그런데 경제는 계속 악화가 되고 있으니까 앞으로 심각한 취업난이 계속될 수 있다는 말이 되겠군요.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올해 어떻게든 진행하려고 하는 이유를 좀 알 것 같네요.

<기자> 다음으로 짚어볼 문제로는 여성 경력단절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우선 많이 배운 여성일수록 학력이 낮은 여성보다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많이 배운 여성일수록 아이를 낳아도 일을 계속하려 하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학력이 높아질수록 아이를 낳아도 일을 계속하는 여성들이 많아진다는 이론이 다른나라에서는 통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30대 경력단절 여성 65%가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가 뭔지는 여러분들도 추측하시는 바가 있겠지만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또 한가지 특징은 한번 경력단절이 되면 좀처럼 이 상태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인데요. 전체 경력단절 여성의 10명중에 6명(58.6%)은 5년 이상 경력단절 상태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시 취업을 하더라도 정규직이 아니라든지 직종이 더 열악해진다든지 하면서 임금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앵커> 여성들이 경력이 단절되면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는 말이 되는데,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다시 취업시키는 게 아니라, 아예 경력 단절 자체가 되지 않도록 정책을 세워야 되겠군요.

요즘 우리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면 역시 청년취업 문제잖아요. 청년들과 관련해서는 어떤 특이점이 있을까요?

<기자> 우리가 흔히 평생직장이 없어졌다라는 얘기를 요즘 많이 하는데, 이게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최근 5년간 청년층 절반은 두 번 이상 취업을 한 걸로 나타났는데요. 이 청년들이 직장을 짤리는 건지, 아니면 자기 발로 나오는 건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청년 중 220만명이 한직장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도 될테고요. 청년 23만명은 졸업하고 3년이 넘도록 한번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사실 우리 주변에도 계약직으로 활동하는 젊은 직원들이 많거든요. 평생직장이 없어진다면 우리 청년들은 앞으로도 계속 취업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 시달려야 한다는 얘긴데, 우울한 현실입니다. 비정규직 문제도 지금 노동시장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죠.

<기자> 그렇죠. 비정규직관련해서도 특징적인 분석이 나왔는데, 지난 2010년에 기간제로 취직을 했던 사람이 2년 반이 지난 뒤에 어떻게 됐을까 추적해봤다고 합니다. 정규직이 된 사람은 몇이나 됐을까요? 고작 15%에 불과했습니다. 그밖에도 기간에 제한이 없는 계약직, 무기계약직이라고 하는 데 32.8%였습니다.



<앵커> 기간제로 취직해서 비정규직을 벗어날 수 있는 근로자는 절반밖에 안된다는 얘기군요. 무기계약직하고 정규직은 정확히 차이가 뭐죠?

<기자> 그러니까 무기계약직도 기한에 제약이 없이 일하니까 정규직으로 간주되기는 합니다. 차이점은 정규직보다 임금과 근로조건이 열악하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보면 대체로 정규직보다 계약직한테 더 임금을 적게 주는데, 이렇게 적게 받는 임금상태 그대로 고용만 계속 연장이 되는 게 무기계약직입니다.

<앵커> 정리해보자면, 계약직으로 취직하면 절반만 살아남고, 살아남은 사람 대부분은 임금이 정규직보다 열악한 무기계약직이라는 거죠. 요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이랑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단순히 비정규직을 줄이는 데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무기계약직들이 늘어서 근로자들의 임금이 하향평준화 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근형기자 lgh04@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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