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을 기피하는 과점(寡占)식 ‘나눠먹기’가 한국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칸막이식 규제를 고집하는 정부의 관료주의와 결과의 평등을 선호하는 사회의식이 어우러진 결과다. 이는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부실 서비스만 양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면세점사업이 대표적이다. 두산그룹은 다음달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재선정을 앞두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면세점 사업권을 따면 운영이익의 10~2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12일 발표했다. 면세점 1위 업체인 롯데그룹도 재인가를 얻기 위해 이날 사회공헌 5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면세점사업 추진 업체들의 때아닌 사회공헌 경쟁에 경제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관계자는 “면세점은 정부의 특별허가제라는 보호막에 소수 업체가 나눠먹기식 과점체제를 형성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이윤 창출이 목적인 기업이 사회공헌에 돈을 경쟁적으로 쓰겠다는 것은 그만큼 돈 벌기가 쉽다는 방증 아니냐”고 말했다. 면세점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면세점업계 1, 2위인 롯데호텔과 호텔신라 면세점은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각각 10%와 6%에 달했다.

3대 신용평가회사가 시장을 정확히 삼등분하고 있는 신용평가업계도 마찬가지다. 부실 기업을 선제적으로 가려내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신평사들의 과점체제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의 업무 능력에 따라 지급해야 할 성과급을 균등 분할해 나눈 사례도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