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창제 569돌 한글날을 맞은 가운데, 최근 국내 상위 20개 상품 서비스업 류별 한글상표 출원현황에서도 화장품업계가 비교적 상위권에 순위를 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영어 및 외래어 사용이 대부분인 화장품 업계에서 한글사랑을 실천하는 브랜드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9일 특허청이 한글날을 앞두고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6년동안 국내에 출원된 문자상표 중 한글상표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2011년 이후 평균 30% 이상의 증가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업종분류 3류에 해당하는 화장품, 세제 업계의 한글상표 출원현황은 18,733개로 상위 20개 상품-서비스업 중의 상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 상위 20개 상품⋅서비스업 류별 한글상표 출원현황(2006~2015. 6), 2015년 출원 한글상표 화장품(예시)/ 자료 : 특허청

이같은 추세는 영어 등 외래어 표기가 대부분인 화장품업계 분위기 속에서도 한글사랑을 지켜나가는 브랜드의 노력이 뒷받침되기때문인데 아모레퍼시픽의 소망화장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글 글꼴 개발 배포, 한글 사랑 녹인 브랜드 BI

아모레퍼시픽은 한글 글꼴 `아리따 부리`를 최근 무료 배포했다. 지난 2006년부터는 한글 글꼴인 아리따 돋움M(medium, 본문용)과 아리따 돋움SB(semi-bold, 본문강조 및 소제목용)를 배포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는 아리따 돋움L(light, 사용설명서 및 안내서용)과 아리따 돋움B(bold, 큰 제목용)를, 2012년에는 영문글꼴 Arita Sans를 추가 개발하여 배포하고 있다. 기업의 이미지를 담은 글꼴이긴 하지만, 한글 글꼴을 널리 알리고 나눔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취지에서 의미가 있다.

▲ (좌)아모레퍼시픽 `아리따 부리`,(우)다나한, 올빚 BI/ 자료 : 각사 홈페이지

소망화장품의 한방화장품 다나한도 BI에 한글 사랑을 녹였다. 우아하고 단아한 한국 고유의 미인상을 담은 다나한의 BI는, 韓을 대표하는 문자인 `ㅎ`을 활용해 타국의 것이 아닌 동의한방의 지혜를 상징하며,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 오롯이 앉은 여인의 곱고 단아한 자태를 담아냈다.



올곧게 빚었다는 한방 화장품 브랜드 올빚도 한글의 뜻을 그대로 담았다. 올빚은 마음을 담은 `올`과 작품을 만들 듯 세심한 정성을 담은 `빚`이 합쳐져 아름다움을 위한 동서양의 모든 지혜를 담아 바르고 정성스럽게 빚어낸다는 뜻. 또한 정통 한방을 재현이 아닌 현대적인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는 의미로, 국악과 현대음악을 접목하는 예술인 장사익의 캘리그래피로 로고다.



#한글 간판 가득한 인사동 거리

한국적인 요소로 가득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도 화장품 업계에 한글사랑을 엿볼 수 있다. 해외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 명소 중 한곳인 인사동 골목의 화장품 판매점 간판이 모두 한글표기이기 때문이다.더페이스샵, 에뛰드하우스, 네이처리퍼블릭, 스킨푸드 등 화장품 브랜드숍들과 올리브영 등이 모두 한글표기로 된 간판을 걸어놓고 있다. 하지만 한글표기 간판이 인사동, 광화문 등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어 아쉬움은 남는다.

▲ 한글간판으로 가득찬 인사동 거리 #한글 사랑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도`

중국 화장품 브랜드도 최근에는 한국 모델과 더불어 한글 표기로 브랜딩에 나서고 있다.



북경애박신화장품상무유한공사 등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를 잘 이해하는 중국 태생의 화장품 브랜드들이 한국 태생의 브랜드보다 더 한류를 잘 활용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추세다.이들 대부분은 화장품 전문점 혹은 인터넷 유통을 기반으로 하면서 한국의 중소형 브랜드들이 할 수 없는 과감한 마케팅 방식과 비용을 투자하면서 단기간 내에 한류에 합승하고 있다.

▲ 자료 : 북경애박신화장품상무유한공사



#외래어 대체할 한글찾기 노력 절실

화장품 업계에 한글사랑 노력은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외래어 차용 및 영어를 한글로 득음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분분이다.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 홈페이지 몇군데만 들어가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외래어를 대체할 만한 한글찾기보다 외래어 차용이 손쉽기때문이다.



한글사랑나라사랑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한글이 흔하다보니 귀하게 여겨지지 않고 있어서 아쉽다. 오히려 한글의 독창성과 미적 아름다움은 해외에서 인정받는 경우가 많아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예가 늘고 있다"며 "국내 산업계에서도 손쉽게 외래어를 차용하는 것이 아닌 외래어를 대체할 만한 한글찾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정원기자 garden@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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