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부인 조은주 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총 세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왼쪽 사진은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소송 위임장과 이에 서명하는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 캡처.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부인 조은주 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총 세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왼쪽 사진은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소송 위임장과 이에 서명하는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 캡처.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반격에 나섰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불법적으로 경영권을 탈취했다”고 주장하며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한국과 일본에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경영권이 흔들릴 일은 없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신 전 부회장은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총 세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발표문은 신 전 부회장의 아내인 조은주 씨가 대독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이날 오전 호텔롯데, 롯데호텔부산을 상대로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이 지난 9월10일 신 전 부회장을 이사에서 해임한 것이 부당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롯데쇼핑을 상대로는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냈다. 중국 사업을 파악하고 재무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일본에서는 롯데홀딩스를 상대로 신 총괄회장 명의의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 무효소송’도 제기했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는 오래전부터 나와 차남 신 회장의 그룹 내 역할을 나눴지만 동생이 지나친 욕심으로 아버지의 대표권과 회장직을 불법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버지는 이에 격노해 즉각적인 원상 복귀와 동생을 비롯한 관련자들(롯데홀딩스 이사진)의 처벌을 원한다”며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법적 대리인으로 위임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신 전 부회장이 주장하는 위임장에 신 총괄회장이 친필로 서명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 신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여러 차례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나 녹취록 등을 활용해 왔다. 지난 8월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음성파일과 녹취록, 신 회장에 대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해임 ‘지시서’ 등을 공개하며 자신이 신 총괄회장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일련의 행보는 신 회장이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버지께 호텔롯데 상장의 필요성을 설명드리고 100% 승인을 받았다”고 말한 것과는 상충하는 대목이다. 신 회장은 “형제의 난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날 위임장이 또 등장함에 따라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과 의중이 다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총괄회장의 소송 참여 경위와 법리적 판단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지난 7~8월 해임 지시서, 녹취록, 동영상 공개 등의 상황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된다”며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으신 총괄회장을 자신들 주장의 수단으로 또다시 내세우는 상황은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종현 롯데그룹 정책본부 상무는 “신 회장의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에 관련된 사항은 모두 상법상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결정된 것”이라며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소송 등을 진행하기 위해 한국에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딴 ‘SDJ코퍼레이션’이라는 법인을 세웠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 총재가 고문을 맡았다.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김수창 법무법인 양헌 변호사 등이 신 전 부회장의 소송을 돕는다.

신 전 부회장이 소송을 낸 것과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이사 해임 무효 소송이 아닌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은 무효 소송을 냈을 때 한국에서 승산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며 “신 회장이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한 상태에서 대표로 선임됐기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이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병근 /양병훈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