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제도에 기대는 영국인 자성 촉구
제러미 헌트 보건장관은 5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세금공제 대상이 예정대로 내년부터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헌트 장관은 세금공제 축소는 단순히 예산 절감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근로가 우리 성공의 핵심에 있다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보수당 정부는 소득세를 내야 하는 최저 소득 구간을 6420파운드(약 1155만원)에서 내년 4월부터 3850파운드(약 639만원)로 낮추기로 했다. 연소득 3850파운드 이상 근로자는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대신 근로자의 소득을 늘려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기존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생활임금제도는 25세 이상 시간제 및 전일제 임금근로자 600만명이 적용 대상이다. 생활임금은 시간당 7.2파운드로 결정됐으며 2020년까지 9파운드로 인상된다. 현재 최저임금은 6.7파운드다. 세제 혜택이 줄어든 부분을 임금 인상으로 보완해주겠다는 계획이다. 소득세 납부대상 범위는 넓어지지만 소득세율 자체는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헌트 장관은 “우리가 아시아나 미국의 국민처럼 열심히 일할 준비가 돼 있는지 답하기 어렵다”며 복지제도에 기대고 있는 일부 영국인의 자세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소득을 어떻게 얻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스스로 돈을 벌어야 자존감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트 장관뿐만 아니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사진)를 비롯한 보수당 관료들은 세금체계 개편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세금체계가 도입되면 저소득층 소득이 한 해 1350파운드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캐머런 총리는 “세금 공제 축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세금을 적게 내고 소득을 늘리는 ‘더 나은 제도’로 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후퇴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저소득층 형편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생활임금 도입과 무상보육 확대 등에 따라 10가구 가운데 9가구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반박했다.
영국은 2018~2019회계연도에 재정흑자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으며, 흑자재정으로 나랏빚을 줄이는 데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