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9일, ‘의사의 날’ 행사에 참석한 한 40대 의사가 갑자기 심근경색을 일으키며 사망했다. 본인도 의사였고 주변에 다양한 전공의가 1000여명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사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런 황당하면서도 위험한 사고가 언제 어디서 어떤 순간에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비단 이처럼 극단적인 예가 아니어도 우리는 일생 동안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돼 있다. 병들고 다치는 것은 부지기수고, 사업 실패로 어느 날 모아놓은 전 재산을 잃는 사람도 있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소득이 사라지거나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소득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다양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인류가 발명한 것이 바로 ‘보험’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의 4대 사회보험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대해 국가가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개인들도 암보험, 종신보험, 연금보험 등 다양한 민간 보험상품을 통해 의료비, 노후 평생소득, 사고보상비 등을 스스로 준비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보험연구원이 조사발표한 2015년 가구당 민간 보험가입률이 전년 대비 2.2%포인트 상승한 99.7%에 이르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대한 개인들의 준비 수준이 작년보다 더 공고해진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못내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가구당 보험가입률이 전년보다 상승한 주요 원인은 암, 의료비, 질병보험 등에 대비한 건강보험 가입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반면 개인연금 가입률은 오히려 전년 대비 약 3%포인트 하락했다. 최근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대비해야 할 대표적인 위험 중 하나가 바로 장수로 인한 노후 평생소득 부족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녀양육비 지출 등으로 인해 그간 우리 사회는 노후준비에 꽤 인색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본인의 노후준비 수준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이 전년 대비 3.9%포인트 상승하며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기록했다.

이제는 생애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은퇴 리스크’에 대비한 개인들의 균형감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비단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동안 다소 등한시했던 ‘나의 노후준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최은아 < 삼성생명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