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외동딸을 네덜란드에 유학 보낸 주부 한모씨(57)는 가계부를 정리할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대학교 신입생인 딸에게 매달 송금하는 돈이 300만원에 달해서다. 1년에 600만원인 학비는 따로 보낸다. 한씨는 “국내 대학 등록금 수준과 비슷한 해외 대학을 골랐는데도 부담이 너무 크다”며 “살림이 늘 적자지만 딸도 한국보다 비싼 물가와 교통비 때문에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교육이 싫어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냈다는 사람이 꽤 많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체류비와 학비로 매달 수백만원의 돈을 보내야 하는 데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아들을 호주로 조기유학 보낸 한 주부는 “한국에 있으면 몇 달이라도 과외를 쉬게 할 수 있지만 해외 유학은 단 한 달도 송금을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녀에 배우자까지 외국으로 보낸 ‘기러기’들은 경제적 부담 외에도 외로움과 박탈감이 심하다. 회원 수 4400여명의 네이버 카페 ‘혼살모(혼자서도 재미나게 살고 있는 모임)’에는 “주말에 취미를 공유하거나 외로움을 이겨낼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기러기 아빠들의 사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 유학이 사교육비 경감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로 유학을 떠난 서울대 공대 졸업생 이경희 씨(24)는 현지 한인 학생을 상대로 수학·과학 과목을 가르쳐 용돈을 벌고 있다.

미국 사립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주부 이모씨(59)는 “미국이라고 사교육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며 “음악 체육 등 특기활동에도 사교육비가 들어간다”고 전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