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유학의 그늘
등록금·생활비 만만찮아
매달 수백 만원씩 '송금'
"교육비에 인생 바쳐야하나"
혼자 남은 아빠들 우울증
사교육이 싫어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냈다는 사람이 꽤 많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체류비와 학비로 매달 수백만원의 돈을 보내야 하는 데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아들을 호주로 조기유학 보낸 한 주부는 “한국에 있으면 몇 달이라도 과외를 쉬게 할 수 있지만 해외 유학은 단 한 달도 송금을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녀에 배우자까지 외국으로 보낸 ‘기러기’들은 경제적 부담 외에도 외로움과 박탈감이 심하다. 회원 수 4400여명의 네이버 카페 ‘혼살모(혼자서도 재미나게 살고 있는 모임)’에는 “주말에 취미를 공유하거나 외로움을 이겨낼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기러기 아빠들의 사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 유학이 사교육비 경감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로 유학을 떠난 서울대 공대 졸업생 이경희 씨(24)는 현지 한인 학생을 상대로 수학·과학 과목을 가르쳐 용돈을 벌고 있다.
미국 사립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주부 이모씨(59)는 “미국이라고 사교육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며 “음악 체육 등 특기활동에도 사교육비가 들어간다”고 전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