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구리값…중국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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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수요처 중국
경기 살아나야 공급과잉 해소
"세계 3위 구리 광산 글렌코어 등 감산 규모 충분치 않아
2017년까지 가격 안오를 듯"
경기 살아나야 공급과잉 해소
"세계 3위 구리 광산 글렌코어 등 감산 규모 충분치 않아
2017년까지 가격 안오를 듯"
2011년 초 구리 가격은 t당 1만달러를 찍었다. 세계적으로 구리 도둑이 기승을 부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시는 수천 개의 맨홀 뚜껑을 콘크리트로 막았다. 지하로 내려가 구리 전선을 잘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영국 정부는 아예 수집상이 구리 고철에 값을 쳐주지 못하게 했다. 구리 광산기업들은 수백억달러를 들여 광산 개발에 나섰다. 투자액은 2012년 사상 최고인 134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구리 가격은 2011년이 정점이었다. 현재 가격은 t당 5100달러대로 떨어졌다. 올초 5800달러에서 6400달러로 반등하며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7월 이후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쉽게 해결될 수 없어 2017년까지는 구리 가격 반등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전력망 투자 살아나야
구리 수요는 전적으로 중국에 달렸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세계 구리 소비의 45%를 차지한다”며 “그중에서도 핵심은 중국 구리 수요의 약 50%를 차지하는 전력망 투자”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빠른 도시화와 함께 서부에서 발전한 전기를 동부 해안 대도시로 보내기 위해 중국 전역에 전력망을 건설해왔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중국 전력 소비가 둔화하고, 국영 전력회사가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받으면서 예정된 전력망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중국에서 구리보다 효율은 떨어지지만 값이 싼 알루미늄 전선 사용이 늘고, 구리 수요의 또 다른 축인 주택 완공이 올 들어 15% 하락한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각종 전선과 파이프로 많이 쓰이는 구리는 건설 착공보다 완공과 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도이치뱅크는 지난 5년간 연평균 7.5% 늘었던 중국의 구리 수요가 다음 5년에는 연평균 3%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골드만삭스는 중국에서 구리 수요가 더 이상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대기 오염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것을 염려해 친환경 발전에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며 “풍력과 태양광발전, 전기차 생산 등이 활성화된다면 중국에서 새로운 구리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리 광산 파편화…감산에 걸림돌
호황기를 거치며 생산량을 대폭 늘렸던 광산 기업은 뒤늦게 생산 감축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주가가 69% 폭락한 세계 3위 구리 광산기업 글렌코어는 지난달 7일 잠비아의 구리 광산 두 곳의 운영을 18개월간 중단, 생산을 40만t 줄이기로 한 데 이어 29일에는 칠레 광산에서 3만t을 추가 감산하기로 했다. 올 들어 주가가 58% 떨어진 세계 최대 구리 광산 기업 프리포트 맥모란은 8월27일 7만5000t을 감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줄어든 수요를 맞추기엔 충분치 않은 감산 규모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자재 컨설팅업체 CRU의 매튜 워너콧 애널리스트는 “올해 세계 구리 수요가 당초 전망치인 3%보다 낮은 1%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더 많은 감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BoA메릴린치도 구리시장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선 최소 50만t의 추가 감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구리 광산 시장의 파편화는 감산의 걸림돌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상위 5개 구리 광산기업의 점유율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순조롭게 감산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철광석은 발레, 리오틴토, BHP빌링턴, 포테스큐메탈스 등 상위 4개사가 생산량의 60%를 점하고 있다. 원자재 리서치업체 우드 맥킨지의 엘레니 요아니데스 애널리스트는 “기업 입장에선 광산을 폐쇄하는 것보다 손실을 보더라도 광산을 계속 열어두는 게 비용이 적게 든다”며 “2017년까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그러나 구리 가격은 2011년이 정점이었다. 현재 가격은 t당 5100달러대로 떨어졌다. 올초 5800달러에서 6400달러로 반등하며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7월 이후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쉽게 해결될 수 없어 2017년까지는 구리 가격 반등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전력망 투자 살아나야
구리 수요는 전적으로 중국에 달렸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세계 구리 소비의 45%를 차지한다”며 “그중에서도 핵심은 중국 구리 수요의 약 50%를 차지하는 전력망 투자”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빠른 도시화와 함께 서부에서 발전한 전기를 동부 해안 대도시로 보내기 위해 중국 전역에 전력망을 건설해왔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중국 전력 소비가 둔화하고, 국영 전력회사가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받으면서 예정된 전력망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중국에서 구리보다 효율은 떨어지지만 값이 싼 알루미늄 전선 사용이 늘고, 구리 수요의 또 다른 축인 주택 완공이 올 들어 15% 하락한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각종 전선과 파이프로 많이 쓰이는 구리는 건설 착공보다 완공과 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도이치뱅크는 지난 5년간 연평균 7.5% 늘었던 중국의 구리 수요가 다음 5년에는 연평균 3%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골드만삭스는 중국에서 구리 수요가 더 이상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대기 오염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것을 염려해 친환경 발전에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며 “풍력과 태양광발전, 전기차 생산 등이 활성화된다면 중국에서 새로운 구리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리 광산 파편화…감산에 걸림돌
호황기를 거치며 생산량을 대폭 늘렸던 광산 기업은 뒤늦게 생산 감축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주가가 69% 폭락한 세계 3위 구리 광산기업 글렌코어는 지난달 7일 잠비아의 구리 광산 두 곳의 운영을 18개월간 중단, 생산을 40만t 줄이기로 한 데 이어 29일에는 칠레 광산에서 3만t을 추가 감산하기로 했다. 올 들어 주가가 58% 떨어진 세계 최대 구리 광산 기업 프리포트 맥모란은 8월27일 7만5000t을 감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줄어든 수요를 맞추기엔 충분치 않은 감산 규모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자재 컨설팅업체 CRU의 매튜 워너콧 애널리스트는 “올해 세계 구리 수요가 당초 전망치인 3%보다 낮은 1%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더 많은 감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BoA메릴린치도 구리시장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선 최소 50만t의 추가 감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구리 광산 시장의 파편화는 감산의 걸림돌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상위 5개 구리 광산기업의 점유율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순조롭게 감산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철광석은 발레, 리오틴토, BHP빌링턴, 포테스큐메탈스 등 상위 4개사가 생산량의 60%를 점하고 있다. 원자재 리서치업체 우드 맥킨지의 엘레니 요아니데스 애널리스트는 “기업 입장에선 광산을 폐쇄하는 것보다 손실을 보더라도 광산을 계속 열어두는 게 비용이 적게 든다”며 “2017년까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