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혁 회장 4년 만에 주식 매수…한솔케미칼 최대주주 자리 되찾나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이 4년 만에 한솔케미칼 주식을 매입했다. 지난 8월 KB자산운용에 내준 한솔케미칼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기 위해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조 명예회장 一家 잇따라 지분 매입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한솔케미칼 주식 4298주를 3억원에 사들였다. 조 명예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4.92%에서 14.96%로 늘어났다. 조 명예회장이 한솔케미칼 주식을 사들인 것은 2011년 9월27일 이후 처음이다.

조동혁 회장 4년 만에 주식 매수…한솔케미칼 최대주주 자리 되찾나
KB자산운용은 지난 8월25일 한솔케미칼 지분을 15.13%까지 확대하며 최대주주에 등극했고,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현재 지분율은 16.11%까지 높아졌다. 반면 조 명예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은 7월 지분율이 18%에서 14%대로 줄어들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다. 조 명예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됐던 한솔홀딩스가 7월2일 상호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한솔케미칼 보유 지분 전량(3.19%)을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후 조 명예회장 일가는 주식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부인인 이정남 씨는 지난 8월 두 차례에 걸쳐 한솔케미칼 주식 519주를 샀다. 조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도 지난해 8월18일부터 매달 30~100주씩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KB·알리안츠자산운용 지분 합계 27%

조 명예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한솔케미칼 보유 지분이 14%대에 그치면서 적대적 M&A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B자산운용(16.11%), 국민연금공단(13.04%),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11.12%) 등의 한솔케미칼 보유 지분은 각각 10%를 웃돈다. 이들이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등을 통해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에 지분을 넘길 경우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수 있다.

한솔그룹과의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동혁 명예회장은 한솔케미칼 경영을 맡고 있고, 조 명예회장의 동생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은 한솔홀딩스·한솔제지를 관할하며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하지만 한솔홀딩스와 한솔케미칼이 상호출자 구조로 지분관계가 엮이면서 두 회사는 공정거래법상 한솔그룹 대기업집단에 속해 있다. 향후 한솔케미칼은 보유한 한솔홀딩스 지분 1.74%를 매각하는 등 후속작업을 통해 한솔그룹에서 이탈하는 계열분리에 나설 전망이다. 조 명예회장 등이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독자경영 기반인 한솔케미칼에 대한 경영권을 강화하는 작업으로 풀이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