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저금리 기조와 주식시장 불안으로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공모주와 함께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히는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몰리고 있어서다.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통상 주가 대비 10~40%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받아 차익을 올리고 있다.
유상증자 신주 받기 '하늘의 별따기'
○증거금 1조원 넘기도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진행된 상장사들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포함) 10건이 평균 청약경쟁률 446 대 1을 기록하며 모집금액을 모두 채웠다. 이 가운데 7건이 청약경쟁률 100 대 1을 넘겼다. 심지어 1000 대 1을 넘긴 사례도 있었다. 지난 8월 진행된 자연과환경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20만6437주에 대한 일반공모에는 2억8727만950주가 청약해 139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증거금(청약금액의 100%)은 1조2660억원이 몰렸다. 같은 달 원풍물산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16만6659주 일반공모에는 1억8867만5300주가 청약(증거금 2735억원)해 1132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하반기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현재까지 평균 30%가 넘는 차익을 올리고 있다.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한 10개사의 주가는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신주 발행가 대비 평균 32.7% 높다. 지난 7월 일반공모로 주당 2550원에 유상증자 청약을 받은 엠젠의 주가는 5840원으로 신주 발행가 대비 2배가 넘는다.

신주 발행가격은 발행사가 청약일 전 3~5거래일의 회사 평균주가에 자율적으로 산정한 할인율을 적용해 책정한다. 자연과환경 유상증자 신주의 할인율은 40%, 원풍물산과 엠젠은 각각 30%였다. 자연과환경 유상증자 주관을 맡은 유진투자증권의 염호 IB본부장은 “공모주 투자자의 상당수가 일반공모 유상증자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며 “거액의 대출을 받아 청약증거금을 내는 투자자도 많다”고 전했다.

○소액공모 ‘투자주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해서 모두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청약을 진행한 리젠의 신주 발행가격은 할인율 18%를 적용받은 2495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1일 종가 기준으로 1930원이다.

전문가들은 증자 규모 10억원 이하 소액 공모 투자는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공모 기업이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받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업황이나 회사 상황과 관련해 신고서에 기재되는 각종 투자위험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젠도 공모 규모를 9억9999만원으로 책정해 증권신고서 제출을 피했다.

청약경쟁률이 높은 만큼 유상증자 신주를 받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원풍물산 유상증자에서는 투자자가 1억원의 청약증거금을 넣어도 주당 6710원인 신주 13주밖에 배정받지 못했다. 다만 자산의 30%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에 가입하면 일반공모 유상증자 물량을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할 수 있다. 하이일드펀드는 유상증자 일반공모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받기 때문이다. 오진택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하이일드펀드는 유상증자 공모에서 이익을 내더라도 채권 투자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